|
[사설] 정권의 ‘KBS 불법장악’ 확인한 정연주 무죄 판결 |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어제 정연주 전 <한국방송>(KBS)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정 전 사장이 법원의 중재에 따른 합의 결과를 수용하고 세금소송을 취하한 것을 배임으로 본 검찰의 기소 자체가 어불성설이었던 만큼 법원의 판결은 지극히 당연하다.
재판부는 “(정 전 사장이) 경영적자로 말미암은 퇴진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1심에서 승소한 조세소송이 상급심에서도 승소할 가능성이 큼에도 한국방송의 이익에 반하는 조정을 강행했다”는 검찰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원이 유불리에 대한 관여를 해 합의한 조정 결과를 일방적 양보로 보기 어렵고, 항소심에서의 승소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려우며, 국세청의 세금 재부과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에서 조정을 시도·수용한 것을 배임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등 조정 수용 과정에 비춰 볼 때 독단적 행위라거나 사적인 이익을 추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첨언이란 형식을 통해 이 사건을 참여정부와 현 정부가 관련된 정치적 사건으로 보는 견해가 있음을 알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판결을 내림에 있어 정치적 판단 없이 법리적으로만 판단했음을 강조했다. 검찰의 기소가 법리적 근거를 결여한 정치적 행위였음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법원은 이에 앞서 신태섭 전 한국방송 이사 해임의 부당성을 확인하는 판결을 했다. 이번 판결까지 고려한다면, 정 전 사장에 대한 해임에서 기소에 이르는 전 과정이 한국방송을 장악하려는 정권의 의지에 따라 무리하게 이뤄진 것임을 법원이 확인했다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정 전 사장을 몰아내는 과정을 총지휘하고 그에 대한 인격살해까지 마다하지 않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이제 사태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 또 부당한 인사 조처에 따른 비합법적 이사회를 통해 성립한 한국방송의 이병순 사장 체제는 정당성을 잃었으니, 이 사장 역시 스스로 물러나는 게 순리다.
특히 정 전 사장의 해임 과정에 동원된 권력기관들과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온갖 무리한 수사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검찰은 두고두고 반성할 일이다. 양심이 있다면 이번 재판 결과를, 스스로 오욕을 떨쳐버리는 계기로 삼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검찰은 항소를 결정함으로써 그 기회를 거부했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