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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한 조문단, 남북관계 진전 밑거름으로 |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이름의 조전을 보낸 데 이어 ‘특사 조의방문단’ 파견 뜻을 전해왔다. 조문이 목적이긴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북쪽 당국자가 남쪽을 방문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북쪽으로선 조문단 파견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당연한 예의일 것이다. 2001년 3월 정주영 현대그룹 전 명예회장이 숨졌을 때도 북쪽은 조문단을 보냈다. 하지만 본격적인 남북 화해·협력 시대를 연 김 전 대통령의 경우는 더 특별할 수밖에 없다. 2001년 조문단 방문은 그 전해 김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최근 현대그룹과 북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5개 항 합의 역시 그때부터 본격화한 남북 경협의 연장선에 있다.
조문단 파견이 한반도 관련 정세가 바뀌는 때에 이뤄지는 점도 주목된다. 지금 미국과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북한도 미국과의 직접 협상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남북 사이에도 느리게나마 관계 전환의 계기가 만들어지는 중이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북쪽이 조문단 파견 뜻 전달 과정에서 당국을 배제한 것을 문제 삼지만, 이번 ‘조문외교’를 잘 활용한다면 새로운 대화 틀 구축이 가능한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양쪽 의지다. 남쪽 정부는 무엇보다 이전 정부의 성과를 부인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6·15 및 10·4 선언을 성실하게 이행하겠다는 의지만 분명히한다면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할 이유가 없다. 이는 앞으로 핵 협상에서 발언권을 높이는 데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북쪽 또한 다른 목표를 위해 남북관계를 볼모로 삼거나 남쪽 정부를 백안시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신뢰는 함께 노력할 때 만들어지는 법이다.
김 전 대통령은 숨지기 직전까지도 남북관계 진전을 염원했다고 한다.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려면 작은 계기도 놓치지 않고 살려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조문단 방문이 그런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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