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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20 21:18 수정 : 2009.08.20 21:18

김준규 신임 검찰총장이 어제 취임했다. 이로써 두 달 넘게 이어진 검찰 수뇌부 공백 상태는 해소됐다. 하지만 김 총장의 취임사 구절대로 지금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결코 따뜻하지 않다. 김 총장부터 흡족한 선택은 아니다. 그는 인척 관련 수사에 대한 압력 행사 의혹, 위장전입, 부당 소득공제 따위 검사라면 해선 안 될 이런저런 잘못을 저질렀다. 그런 이를 수장으로 내세워야 할 지경이니 검찰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마땅하다.

새 총장의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 가장 큰일은 검찰 스스로 내팽개친 자존심과 국민 신뢰를 되찾는 일이다. 그러자면 김 총장 말마따나 ‘정정당당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 지난 1~2년 사이 검찰은 그러지 못했다. 검찰이 그동안 벌인 공기업 비리 등 대형 사정수사의 상당수가 최근 법원에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이 내세운 사실관계나 법적용 논리를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정연주 전 <한국방송> 사장 사건은, 검찰이 배임이라고 주장하며 내놓은 논리 가운데 어느 하나도 인정받지 못했다. 법원은 검찰 주장이 법률적으로 터무니없다는 판단을 감추지 않았다. 검찰도 법률가 집단인 만큼 이런 사정을 애초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먼지털기’ ‘가지치기’ 수사를 불사하며 억지 기소를 강행했으니, 검찰 말고 ‘위쪽’ 정치권력의 눈치만 살핀 탓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 검찰에 국민이 신뢰를 보낼 리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이를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검찰 풍조다. 이들 무죄 사건을 맡았던 간부급 검사들은 그 책임을 추궁받기는커녕 승진과 영전을 거듭하고 있다. 나중의 유무죄야 어떻든 당장의 기소를 성과로 인정해줬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무리하게 기소한 사건들은 대부분 정치적 목적과 관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런 식이면 법적 타당성 대신 권력의 정치적 요구를 채워주는 검사들만 우대받는 꼴이 된다.

검찰을 바로 세우자면 이런 ‘정치검사’들이 더는 활개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인사에서부터 그래야 한다. 기소나 압수수색·체포·구속 따위 사법절차를 피의자 망신주기나 혐의사실 기정사실화에 악용하는 잘못된 관행도 함께 없어져야 한다. 정치권력의 시중만 든다는 의심을 벗지 못하면 검찰의 제자리 찾기는 영영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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