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실속 없는 서민층 세제 지원 방안 |
정부가 어제 내년도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세제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폐업 자영업자의 체납 세액 면제, 월세 소득공제 인정 등 모두 3조원에 이르는 규모다. 많은 방안을 늘어놓았지만 실속은 없어 보인다. 대책 가운데 상당수는 이전부터 시행하고 있던 제도를 연장하는 것들이다. 이것들을 빼면 지원 규모는 형편없이 줄어든다. 과연 서민들에게 실제로 돌아가는 규모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눈에 띄는 것은 폐업한 자영업자가 세금을 체납해 결손처분된 경우 다시 사업을 시작할 때 500만원 한도에서 납부 의무를 면제해주는 방안이다. 체납자 금융기관 통보 대상을 500만원 이상에서 1000만원 이상으로 올린 것도 해당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이 경우 금융기관 통보 대상 체납자가 연 45만명에서 7만명으로 크게 줄기 때문이다. 저소득층의 월세 납부액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밖에는 눈에 띄는 대책이 없다. 세금감면 예상액도 폐업 자영업자 지원 2000억원, 월세 소득공제 9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저소득층에 지원될 근로장려금이 그나마 5600억원 정도다. 성실 개인납세자에 대한 의료비·교육비 소득공제, 음식·숙박업에 대한 낮은 부가가치세율 적용, 농어가목돈마련저축 이자소득 비과세 등은 이전 것들을 연장했을 뿐이다. 지원 방안에는 서민·중산층 대책과 어울리지 않는 중소기업 대책들도 많이 들어 있다. 특히 가업 상속요건 완화, 중소기업 상속·증여세 부담 완화 등은 서민과는 상관없고 재계의 상속·증여세 완화 요구와 관련된 것들이다.
정부는 다음주 추가로 발표할 세제개편안에서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22%에서 20%로, 상속세 최고 세율을 35%에서 33%로 내리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럴 경우 2010~12년 3년 동안 17조5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 가운데 법인세·소득세 세율 인하로 인한 것이 77.3%인 13조5000억원에 이른다. 감세 혜택의 대부분이 기업과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셈이다.
정부는 올해 들어 거듭 친서민 정책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보면 세제개편안의 서민·중산층 대책은 무늬만 요란하고 실속은 기업과 고소득층이 챙기는 모양새다. 실질적인 서민·중산층 지원이 될 수 있도록 추가 대책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