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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법절차 끝난 삼성, 겸허한 반성과 혁신을 |
삼성에스디에스(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 사건에 대해 삼성 특검과 이건희 전 삼성 회장 쪽 모두 대법원에 재상고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이로써 이른바 ‘삼성 사건’에 대한 모든 사법 절차가 마무리됐다. 2000년 6월 법학 교수 43명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과 임원을 배임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지 9년여 만이다.
삼성 사건의 핵심은 이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아들 이재용씨에게 편법으로 넘겨준 것이었다. 1996년 10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저가로 발행해 재용씨에게 몰아줌으로써 삼성 경영권은 사실상 재용씨에게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재용씨가 낸 세금은 고작 16억원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실체적 진실을 외면한 채 형식적 법리만 앞세워 무죄를 선고했다. 최고 사법권력인 대법원이 최대 경제권력인 이건희 회장 앞에 무릎을 꿇은 치욕적인 판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보인 행태도 비굴하기 짝이 없었다. 2000년 6월 고발된 사건을 계속 미적거리며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소환조차 못했다. 전직 대통령까지 감옥에 보냈던 검찰이 유독 이 회장과 관련해선 고양이 앞의 쥐처럼 잔뜩 움츠렸다. 특검이 출범하고서야 이 회장을 소환하는 등 본격 수사를 벌였으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4조5000억원에 이르는 차명자금을 밝혀내는 등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이 회장을 불구속 수사하는 등 많은 한계를 보였다.
사법 절차는 마무리됐지만 삼성이 진짜 할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선 이 전 회장과 삼성은 경영권 편법 승계와 대규모 비자금 조성 등에 대해 겸허히 반성해야 한다. 재수 없이 걸려들었다는 식으로 억울해한다면 한 단계 도약할 혁신의 기회를 놓치게 된다. 막강한 자본의 위력을 이용해 정계, 관계, 언론 등을 장악해왔던 잘못된 관행도 과감히 떨쳐버려야 한다. 과거에는 그런 로비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많이 투명한 사회가 됐다. 흐트러진 지배구조를 빨리 수습해 급변하는 세계경제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삼성은 세계 일류 기업으로 꼽힌다. 마땅히 이에 걸맞은 윤리 경영, 정도 경영을 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국민한테 진정으로 사랑받는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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