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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정한 통합과 중도실용의 개각을 기대한다 |
이명박 대통령이 이르면 다음주 초 국무총리를 포함한 내각 개편과 청와대 참모진 교체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인사의 초점은 이 대통령이 집권 2기 국정지표로 잡은 국민통합과 중도실용에 모아질 것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의 인적쇄신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한데다 개편 방향도 잘 잡은 것 같아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개각을 앞두고 몇 가지 유념할 대목이 있다.
우선, 단순한 지역안배 정도로 국민통합이 이뤄지리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특히 정치적 효과만 노린 ‘무늬만 통합’에 그쳐서도 안 된다. 청와대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것처럼 ‘충청 총리론’ ‘호남 총리론’도 좋고, 비영남 우대 방침도 좋다. 하지만 어떤 지역 출신을 모셔와 높은 자리에 앉힌다고 지역과 계층간 화합이 저절로 되는 것은 아니다. 역대 정권에서 수없이 되풀이한 지역안배가 실질적으로 얼마나 국민통합에 기여했는지를 되돌아보면 그 허실은 분명하다.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진심으로 화합하고 소통하는 자세, 반대편의 의견도 새겨들어 정책에 반영하는 열린 마음가짐을 갖춘 인사를 찾아 기용해야 한다. 국민통합은 그런 노력이 쌓여갈 때 가능해진다.
중도실용 강화도 마찬가지다. 이 대통령이 틈만 나면 강조하는 게 중도실용인데, 이런 기류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념의 잣대를 들이댄 공안통치, 독선과 아집에 가득 찬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 기조가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도실용을 대국민 이미지 개선용이나 홍보용 구호 정도로만 활용하려는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탓도 크다. 이번 개편은 이런 분위기를 일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이념의 잣대에서 자유로운 합리적 실용주의자, 편견과 아집에 사로잡히지 않은 유연한 사고방식의 중도론자를 발탁해야 할 이유다.
지금 청와대와 내각에는 이 대통령의 귀를 가리고 판단을 무디게 하는 사람, 소신도 없이 눈치만 살피는 사람, 바른 길을 알면서도 직언을 하지 않는 사람, 나라의 안위보다는 자신의 몸보신에 열중하는 사람 등이 상당수 포진해 있다. 이들이야말로 나라를 망치고 이 대통령과 정권의 성공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이다. 이런 인사들이 모두 바뀌어 이 대통령이 활력이 넘치는 새로운 분위기에서 국정운영을 해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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