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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문시장 혼탁 부추기는 문화부와 ABC협회 |
신문잡지부수공사기구(한국ABC협회)가 유가부수 산정 기준을 구독료 정가의 80%에서 50%로 낮추는 방안을 다음달 이사회에서 최종결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내년 1월부터 부수 공사를 받은 신문에만 정부 광고를 집행하겠다고 밝힌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안한 내용을 에이비시협회 쪽이 그대로 수용해 시행세칙을 개정하려는 것이다.
에이비시협회의 이런 움직임은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많은 신문시장 질서를 더욱 혼탁하게 만들 우려가 높다. 정부가 요구하고 협회가 수용하려는 대로 부수 산정 기준이 바뀌면, 특정 신문이 스포츠신문이나 지역신문을 끼워줄 경우 이 특정 신문은 2부로 계산되고, 무료 구독 부수도 유가부수로 인정된다. 이렇게 되면 구독료의 20%까지만 경품을 허용하는 신문고시는 무력화하고 불법 판촉이 판을 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는 신문고시를 명맥만 유지시킨 채 손을 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부가 에이비시협회를 통해 부수 산정 기준 완화를 관철하려는 것은 시장질서 교란의 주범인 친정부 신문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주려는 의도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에이비시협회 쪽은 기준 완화가 “광고주와 광고회사의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공정한 시장질서 유지는 공정위의 몫이고, 광고 거래 질서 회복은 에이비시협회 일이라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 설명은 설득력이 없다. 유가부수의 할인 범위를 넓히면 신문 열독률 정보가 왜곡된다.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신문과 독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신문을 똑같이 인정하는 것이 광고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은 아니다.
최종 부수인증을 위해 신문부수인증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안 역시 문제다. 협회는 인증위 설치로 전문성과 신뢰도가 향상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4000개가 넘는 등록된 매체에 대한 실사조차 제대로 하기 어려운 겨우 5명의 인력으로 어떻게 전문성과 신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인증위 설치안은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가림막에 불과하다.
부수공사를 제대로 해 광고시장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먼저 신문판매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시장질서를 더욱 혼탁하게 할 유가부수 산정 기준 완화가 아니라 신문고시의 철저한 집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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