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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주지사 소환 투표, 소통 활성화 계기 돼야 |
김태환 제주지사에 대한 주민소환 투표가 11%라는 저조한 투표율로 개표 요건에 미치지 못해 부결됐다. 이에 따라 소환 투표를 둘러싼 두달 동안의 대립과 갈등은 일단 마무리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투표가 끝났다고 해서 첨예하게 맞붙었던 쟁점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주민들 사이엔 회복하기 어려운 깊은 감정의 골이 만들어졌다. 또 김 지사 쪽이 공공연하게 투표방해 행위를 했다는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갈등을 해소하고 상처를 치유하기엔 적지 않은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투표의 쟁점은 해군기지 건설과 영리병원 허용 등 김 지사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정책이었다. 무엇보다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주민들과의 소통 부족이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해군기지 건설만 해도 해당 강정마을 및 제주 지역 여론을 제대로 수렴한 것인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그치지 않았다. 영리병원 개설 또한 반대 여론이 우세했으나 김 지사는 집착을 버리지 않았다.
주요 정책에 대해 찬반은 언제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같은 터전 위에 만들어진 생활공동체다. 공약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밀어붙이겠다고 나선다면 갈등과 마찰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여론의 동향에 귀를 기울이고 수시로 주민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개별 정책에 대한 주민 반대가 많거나 격렬한 대립이 야기된다면 일단 보류하는 게 올바른 태도다. 그러지 않으면 독선으로 흐르게 된다.
김 지사는 투표 결과를 자신의 완승이라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 주민소환이 발의됐다는 것만으로도 도정 운영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지역 통합을 이루는 계기로 삼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기회에 주민소환 투표제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임기 4년 동안 지방자치단체장을 감시하고 견제할 기관은 지방의회밖에 없다. 의회가 기능을 하지 못한다면 주민소환이 마지막 수단이다. 그렇지만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 투표에 과반수 찬성’이라는 현행 규정은 사실상 주민소환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지금 방식이라면 단체장들이 아무리 지탄받을 일을 저질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한 업무를 정지시킬 방법이 없다. 투표율 요건을 완화하거나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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