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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장·차관의 기이한 행태와 국방예산 군살빼기 당위성 |
이상희 국방부 장관과 장수만 차관의 최근 행태를 보면 이들에게 국방부를 맡겨놔도 괜찮은지 의심스럽다. 국민이 이해할 만한 원칙도 없이 예산싸움을 벌이면서 분란만 일으키고 있으니 말이다.
이 장관이 내년도 국방예산 ‘소폭’ 증액 움직임에 반대하는 서한을 지난 25일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 보낸 것은 부적절했다. 서한 발송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내용도 거칠다. 이 장관은 올해보다 7.9% 늘린 애초 예산안을 장 차관이 3%대 증가로 낮춰 청와대에 보고한 데 대해 “일부 군인들이 볼 때는 하극상으로 비칠 수 있다”며 “군내뿐 아니라 예비역들의 반발도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장 차관을 비난하려고 위계질서와 군 안팎 여론을 들먹였지만, 결국 차관과 의사소통도 제대로 못하고 있음을 자인하는 누워서 침 뱉기 식 발언이다. 일부에서는 그가 곧 있을 개각을 앞두고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자 ‘정치적 행동’을 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장 차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장관 모르게 수정 예산안을 보고했다면 월권이다.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대로 예산 협의 과정에서 나온 장 차관의 ‘의견’이라 하더라도 장관이 사후보고도 못 받은 것은 정상이 아니다. 장 차관의 이런 행동에는 청와대와의 교감이 작용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무리한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으로 내년 예산이 팍팍해지자 경제부처 출신으로 말이 잘 통하는 장 차관과 직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공정하고 당당하게 예산을 논의해야 할 정부가 잔재주를 부린 꼴이다.
그럼에도 방만한 국방예산에 제동을 건 것을 나무랄 순 없다. 연 30조원에 이르는 국방예산은 국가재정 능력과 재원배분 우선순위에 비춰 볼 때 너무 많다. 국방부는 과도한 증액을 요구하기에 앞서 철저한 군살빼기를 선행해야 한다. 또한 국방부는 지난 6월 발표한 ‘국방개혁 기본계획 2009~2020’에서 미래전에 대비한다면서도 대규모 병력 유지를 전제로 하는 모순되는 태도를 보였다. 북한의 재래식 및 비대칭 전력의 위협에 대한 평가도 과장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계획뿐만 아니라 이를 염두에 둔 예산안도 타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번 일은 국방예산 논의가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이뤄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두 사람의 책임을 따지는 것과 별개로 국방예산 전반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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