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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8.28 19:56 수정 : 2009.08.28 19:56

여권이 개헌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해 한나라당의 박희태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이 잇따라 올해 정기국회부터 개헌 논의를 시작하자고 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여권은 개헌 시기를 내년 6월로 못박자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제시했다. ‘87년 체제의 산물’로 불리는 현행 헌법의 개정 필요성은 그동안에도 여러 차례 제기돼 왔다. 굳이 한나라당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그동안의 시대 변화를 반영해 헌법을 바꿀 시기가 됐다고도 할 수 있다. 다만, 개헌 논의에 앞서 몇 가지 따져봐야 할 점이 있다.

지금 제시되는 개헌의 초점은 주로 권력구조 개편, 즉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문제로 모아지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어제 방송 인터뷰에서 사견임을 전제로 ‘분권형 대통령제’ 방안을 제시했고, 국회의장 직속 헌법연구자문위원회도 분권형 정부 형태에 의견이 모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접하면서 드는 궁금한 점이 있다. 여권은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적 국정운영의 실상을 인정하는가 하는 점이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의 개선 필요성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권력을 총리나 국회에 나눠 준다고 모든 문제가 해소될지도 의문이다. 국회가 민의를 더 잘 대변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은 이번 언론관련법 날치기 파동에서도 잘 나타났다.

개헌 논의가 정치권에서 순조롭게 이뤄지려면 ‘정략적 의도’에 대한 불신과 의구심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여권의 태도는 오히려 불신을 더 키우고 있다. 야당으로서는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개헌 논의 자체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가지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도 김형오 국회의장 등은 밑도 끝도 없이 “개헌이야말로 지역주의 해소와 국민 통합을 위한 근원적 처방”이라는 주장만 되풀이한다. 헌법 개정만 하면 모든 정치·사회적 갈등이 눈 녹듯이 사라진다는 식의 이야기인데, 이는 명백한 현실 오도다. 여권에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의 향연이 아니라 각종 민생 현안에 대한 전향적 대책이다. 그래야 개헌 논의의 진정성도 인정받을 수 있다.

개헌을 할 경우 우리의 삶과 관련된 각종 헌법 규정이 지금보다 더 후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지 않아도 현 정권은 지금의 헌법도 잘 지키지 않는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동안 여권이 보여 온 행태나 철학을 고려할 때 국민의 기본권, 경제와 시장의 관계, 노동권 문제 등의 규정이 개악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한 타당성을 갖는다. 이런 모든 의구심들에 대해 여권은 우선 답해야 한다. 개헌논의는 그다음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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