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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갈등과 분란만 키운 ‘충청 총리론’ |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가 어제 갑자기 탈당을 선언했다. 탈당의 직접적 원인은 자신의 총리직 지명 문제를 둘러싼 이회창 총재와의 불화 때문이다. 이번주로 예정된 내각과 청와대 개편을 앞두고 청와대 쪽은 오래전부터 국민통합형 인사를 예고해 왔다. ‘충청권 총리론’도 그런 맥락에서 거론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충청 총리론은 정치권의 갈등과 분열만 키운 셈이 됐다.
심 대표의 총리 기용 시도는 애초부터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우선, 입각 대상자가 다른 사람도 아닌 자유선진당의 창당 주역이자 당의 얼굴인 대표다. 심 대표 개인으로서야 총리 자리가 탐이 났겠지만, 야당 대표를 입각시키는 것은 상식적으로나 정치도의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이회창 총재를 비롯해 자유선진당 의원들도 대부분 반대하는 형편이었다. 심 대표를 기어이 총리로 데려다 쓰려면 자유선진당과 정권연합이나 정책연대 등의 절차를 거치는 게 순리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심 대표의 총리 기용 문제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자유선진당 간에 구체적인 조건을 놓고 밀고 당기기가 있었다는 말도 들려온다. 그 과정을 유권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한국 정치의 고질인 밀실정치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청와대 쪽은 심 대표의 탈당을 ‘자유선진당 내부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이 여권을 강도 높게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을 두고 “왜 집안일을 갖고 밖에다가 화풀이를 하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어쨌든 청와대다. 심 대표의 탈당으로 자유선진당은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잃어버렸고 창당 이래 최고의 위기에 직면했다. 이 대통령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결과적으로 자유선진당에 큰 정치적 타격을 준 셈이다. 청와대는 상대방을 비판하기에 앞서 자유선진당 쪽에 미안한 마음이라도 표시하는 게 정치적 예의다.
이번 파문은 지역화합과 국민통합 등을 명분으로 내건 지역 안배 인사가 얼마나 큰 허점을 안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정 지역에 편중되지 않는 고른 인재 중용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지역 안배를 한다고 해서 화해와 통합이 저절로 되지는 않는다. ‘무늬만 통합’에 그치는 지역 안배 인사는 더욱 위험하다. 개각에 앞서 청와대는 심 대표 탈당 파문의 교훈을 심각하게 되새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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