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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이웃과 담을 쌓으려는가 |
동아시아 세 나라의 역사 갈등을 넘어서 호혜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역사 공동교재 <미래를 여는 역사>가 발간된 날에 일본에서 책 출간의 역사적 의의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모리오카 마사히로 후생노동성 정무관은 그제 일본의 전쟁 범죄자들을 심판한 도쿄 군사재판에 대해 “점령군이 평화와 인도에 대한 죄를 멋대로 만든 일방적 재판”이라고 주장하고, 에이급 전범들은 일본에서 이미 죄인이 아니라는 망언을 했다. 자민당 소속의 2선 의원이기도 한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적극적 지지 의사를 밝혔다.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같은 날 한국과 중국이 역사교과서 왜곡 등을 주장하는 것은 ‘트집잡기’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런 망언들의 연발에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고이즈미 총리는 에이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옹호하면서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충분히 사죄와 반성을 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독일이나 이탈리아의 총리가 파시즘 악정의 주역들이 묻힌 묘소에 참배하면서 전몰자 추도는 각 나라의 고유방식으로 하면 된다는 주장을 편다면 국제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겠는가? 하물며 내각 산하에 있는 정무관이 전범 단죄의 의미를 정면으로 부인하고 자민당 원로 정치인이 이웃나라의 문제 제기를 트집으로 치부해버리다면, 일본 정부의 판에 박은 ‘심심한 반성 운운’의 진정성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고이즈미 총리는 즉시 모리오카 정무관을 파면하고 내각 구성원들에게 철저히 주의를 환기시켜야 한다. 일본의 정치인들은 망언을 하고 나서 물타기를 하는 나쁜 행태를 근본적으로 고치지 않으면 동아시아에서 고립이 심화하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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