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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꿈틀거리는 물가, 대비책 있나 |
하락세에 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워낙 금리가 낮고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린 상황이라 물가가 한번 불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물가 관리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같은 달 대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로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2월 4.1%에서 7월 1.6%로 줄곧 하락하다가 급등했다는 점이 걱정된다. 전달 대비 상승률도 6월 -0.1%를 기록한 이후 7~8월 두 달 연속 0.4%씩 올랐다. 3~6월 넉 달 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본격적인 상승세로 접어든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내외 여건을 살펴보면 물가가 오를 요인이 도처에 널려 있다. 경기회복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제 원자재값이 급등하고 있다. 국제 원유값만 봐도 지난해 말 배럴당 44.6달러였던 서부텍사스유(WTI)가 70달러까지 치솟은 상태다. 국제 원유값이 다시 100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또 유례없는 초저금리가 시중에 과잉유동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로 계속 유지하면서 시중 부동자금은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달구고, 이에 편승한 전월세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다. 환율이 하락하면 국제 원자재값 상승세를 부분적으로 상쇄하게 된다. 하지만 하락 속도가 느린데다 시중 자금이 너무 많아 이것도 안전판은 되지 못한다.
지금 세계 각국에선 인플레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위기를 막느라 나라마다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고 이로 인한 물가상승 압박이 현실화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내년까지 시중에 돈을 푸는 확장적 재정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상태에서 오르는 물가를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작은 움직임에도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비자물가는 한번 오르면 다시 내리기 힘들 뿐 아니라 주변 물가와 임금을 연쇄적으로 상승시키는 특성이 있다. 특히 공공요금 인상은 2차적인 물가상승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공기업 경영합리화를 통해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자제하고, 장기적으로는 금리인상을 통해 시중 자금 회수에 나서는 것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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