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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권에 쓴소리한다고 밥그릇까지 뺏다니 |
이명박 정부를 비판해온 논객 진중권씨가 얼마 전 중앙대 겸임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데 이어 홍익대 강의까지 못하게 됐다. 수강신청까지 성황리에 마친 인기 강좌의 강사가 새 학기 개강을 불과 사흘 앞두고 갑자기 해임된 것이다. 그의 대학 강의 중단은 카이스트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포함해 올해 들어 네 번째다. 그는 그동안 해오던 방송 출연도 못하게 됐다고 한다.
이쯤 되면 우연의 일치라고 보긴 어렵다. 아닌 게 아니라, 중앙대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까지 맡은 대통령 측근이고, 카이스트와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정부 입김에서 그다지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아무런 이유나 명분도 없이 돌연 강의를 취소한 홍익대 역시 다른 대학 핑계만 댔다니, 대학 자체의 판단이나 절차에 따른 결정은 아닌 듯하다. 여러모로 정부 뜻이 반영된 게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진씨는 전공 분야(미학)는 물론 문화 전반에서 두루 실력을 인정받는 학자다. 강연·기고· 방송출연 등을 통해 정치와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비평 활동을 해온 평론가이자 실천 활동가이기도 하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반민주적 행태와 비합리적 주장 그리고 위선에 대해 특유의 독설과 해박한 지식으로 사정없이 헤집고 비판해 왔다. 정권이나 그 지지자들에겐 눈엣가시겠지만, 많은 이들이 그의 말과 글에 공감하고 지지를 보내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설령 그런 쓴소리가 권력의 귀에 거슬리고 불편하더라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존재를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본정신이다.
진씨가 자신의 말과 글 때문에 권력의 핍박을 받고 있는 것이라면, 이를 가볍게 여길 수 없다. 이런 일은 언론과 학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의 토대를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니, 좌나 우 또는 진보나 보수를 가려 이해득실을 따질 일이 아니다. 이런 점에서 일부 뉴라이트 성향 인사들이 진씨의 일을 두고 고소하다는 듯이 비아냥대는 것은 천박하기 이를 데 없다.
진씨 말고도 정부를 비판해온 교수 등 많은 지식인들이 음양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일부 지방대에선 시국선언에 나선 교수들이 잇따라 해임될 조짐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이런 식으로 비겁하게 지식인들을 괴롭히면서 법치주의를 내세우는 게 부끄럽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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