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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점입가경인 청와대와 자유선진당 싸움 |
심대평 자유선진당 대표의 탈당 문제에서 비롯된 청와대와 자유선진당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회창 총재가 직접 나서서 진실게임을 하는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화해와 통합의 기치를 높이 내건 이 대통령이 도리어 정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으니 참으로 민망한 노릇이다.
이회창 총재는 어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대통령이 전날 한나라당 여성 의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한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그 모임에서 “심 전 대표 총리 기용 문제로 이 총재와 직접 통화했다”며, 이 총재가 ‘강소국 연방제’ 수용을 강력히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해 심대평 총리 카드가 무산됐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이 대통령과 통화한 적도 없고, 세종시법을 원안대로 처리해 달라는 요구를 이 대통령이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전혀 다른 설명을 했다.
관심의 초점이었던 이 대통령과 이 총재의 통화 여부는 청와대 쪽이 뒤늦게 “이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했다고 말하지 않았다”고 물러섬으로써 ‘없었던 일’이 됐다. 하지만 이 대통령 발언의 중대성에 비춰 볼 때 ‘언론에 잘못 알려졌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넘어가도 될 일인지 의심스럽다. 모임에 참석했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둘이 아닌데다, 이들이 전하는 이 대통령의 말이 너무 생생하고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쯤 됐으면 이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숨기지 말고 소상히 공개하는 것이 더 큰 오해나 파문을 줄이는 길이다.
심대평 총리 무산 소동은 한국 정치의 현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념과 철학은커녕 최소한의 신의도 없이 정략적 짝짓기를 시도하다 실패하자, 서로 자기한테 유리한 면만 부각시키며 상대편을 깎아내리기 바쁘다. 청와대 쪽의 설명대로 이번 사안이 애초 ‘선의로 시작한 일’이었다면 그 마무리도 선의에 입각해서 하는 게 옳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집안일을 바깥으로 돌리는 것은 공당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계속 자유선진당을 비아냥거린다. 자유선진당 역시 심 전 대표가 총리로 지명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사실관계가 틀린 대변인 성명을 발표해 놓고서도 아직까지 사과나 유감 표명이 없다. 최소한의 정치적 예의도 지키지 않으면서 화해와 통합을 말하는 것은 난센스임을 양쪽 모두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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