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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04 20:04 수정 : 2009.09.04 20:04

노동부가 어제 내놓은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조사 결과는, 그동안의 정부 주장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었는지 잘 보여준다. 정부는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면 한달에 6만~8만명까지 일자리를 잃을 것처럼 말하면서, 법 규정을 완화해 비정규직 해고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심지어 ‘70만 해고대란설’, ‘100만 해고대란설’ 같은 터무니없는 주장까지 제기했고, 친정부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해 사회 혼란을 부추겼다.

이런 주장이 과장됐다는 지적은 이미 많았지만, 이번 실태조사는 과장이 얼마나 심했는지 잘 보여준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비정규직 수부터 그동안 정부 추산과 차이가 많다. 지난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인원은 38만2000명으로 나타났다. 종전에 정부가 추산한 규모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종전 전망과 비교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정부 주장을 고려하더라도 차이가 너무 크다.

해고자 규모는 차이가 더 벌어진다. 1만4300여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지난 7월의 비정규직 해고자는 7320명으로 집계됐다. 최대 6만~8만명에 이를 거라는 정부 주장을 무색하게 하는 수치다. 게다가 이 규모는 정부가 대책은커녕 공기업 비정규직의 해고를 재촉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각종 지원책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적극 유도했더라면, 해고자 수는 더 줄일 수 있었다. 경기 악화로 고용 상황이 나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비정규직법 시행이 고용에 끼치는 영향은 더 적을 것으로 봐도 큰 무리가 없다.

상황이 이렇게 정부 주장과 다른데도, 정부의 태도는 별로 바뀌지 않은 듯하다. 최근 정부·여당은 ‘비정규직 근로계약 반복 갱신’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정규직 사용을 더 쉽게 만들겠다는 뜻을 버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현실을 제대로 모르거나 왜곡하는 것도 문제지만, 실태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뒤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더 심각한 문제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당은 발상부터 완전히 바꿔야 한다. 노동시장이 비정규직법에 큰 무리 없이 적응해가고 있는 만큼, 이제 필요한 일은 정규직 전환 유도를 위한 지원 정책에 집중하는 것이다. 또다시 법 개정에 나섬으로써 사회적 갈등과 불확실성만을 키워 노동시장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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