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9.06 19:48
수정 : 2009.09.06 19:48
사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오늘 사퇴하고, 지난해 전당대회 차점자인 정몽준 최고위원이 대표직을 승계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에 이어 여당 대표 자리도 잠재적 차기 대선 후보가 맡게 된 셈이다.
박 대표의 사퇴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 그는 지난 4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0 대 5로 참패한 뒤부터 물러나라는 압력을 당 안팎으로부터 받아왔다. 하지만 그는 사퇴를 자신의 10월 재보선 경남 양산 공천 확정과 연계함으로써 당 분란의 한 원인이 됐다. 그는 집권당 대표로서 경륜과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지도 못했다. 그는 올봄 국정쇄신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도 청와대의 눈치를 보기에 바빴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질을 의심케 하는 행동도 이어졌다. 그는 북한 핵실험의 원인이 6·15 선언에 있는 것처럼 무책임한 주장을 했고, 지난해 말 개성공단 문제가 불거지자 “그 정도의 공단은 남쪽에 수백 개가 있다”며 공단 폐쇄를 바라는 듯한 모습까지 보였다. 그는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쏜 지난 4월5일과 그 전날 연 이틀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자 “휴일인데 골프도 못 치느냐”고 오히려 화를 내기도 했다.
정 최고위원에게는 이번 대표직 승계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는 여러 차례 대선 후보로 나선 6선 의원이지만 정당 경험이 부족한데다 정책 콘텐츠와 정무적 역량도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평가에서 벗어나려면 ‘친이 대 친박’ 등 고질적인 갈등에 시달리는 당을 추스르고 정부와의 정책 조율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집권당의 대표로서 책임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한나라당은 독자적인 목소리를 별로 내지 못해 청와대의 하부기관쯤으로 인식하는 이가 적잖다. 이런 왜곡된 구도에서 벗어나 국민의 뜻이 골고루 국정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 대표가 감당해야 할 몫이 적잖다.
최근 몇 달 동안 이어진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친서민 행보는 이 대통령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에도 일정한 정치적 효과를 안겨주고 있다. 중도실용의 실체와 정책적 유효성과는 별개로 국민의 기대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한나라당은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대표 교체를 계기로 당 체제를 재정비하고 정책 개발 역량을 키워 정당정치의 본령을 되찾는 데 힘을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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