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9.06 19:49
수정 : 2009.09.06 19:49
사설
정부가 집값 오름세를 막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에만 적용되던 총부채상환비율을 서울 50%, 수도권 60%로 정해 오늘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다소 늦었지만 적절한 조처를 취한 것으로 평가한다.
최근의 집값 급등세는 공급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각종 규제가 풀리고 시중자금이 넘쳐나면서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에 초래된 것이다. 무엇보다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한국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엄청난 규모의 돈을 푼 것이 주요 원인이다. 더구나 금리도 싸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연 2.57% 수준이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5% 안팎에 그치고 있다. 실물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자금이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몰려가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지금의 집값 급등세는 공급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금융시장에 넘쳐나는 유동성을 줄여야만 풀 수 있다.
다른 한 측면은 각종 규제 해제다. 재개발·재건축과 관련한 각종 규제가 풀리면 해당 지역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또 재개발·재건축의 시행과 함께 멸실 주택이 늘어나므로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을 야기하게 된다. 시중자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규제 해제가 불을 붙인 꼴이다.
총부채상환비율 규제는 일단 금융시장에서 부동산으로 들어가는 돈줄을 막는다는 측면에서는 집값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소득 없이 자산만 있는 사람들이 은행 대출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 나서는 것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집값 상승에 효과적으로 제동이 걸릴지는 미지수다. 그러기에는 빠져나갈 방법이 너무 많다. 일단 제2금융권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5000만원 이하 소액대출과 미분양주택 담보대출도 빠졌다. 게다가 과거 경험에서 보듯이 저금리가 오래 지속되면 백약이 무효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지난 7월 수도권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낮췄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에 효과가 없었다. 이번에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저금리와 규제 해제로 주택 수요를 크게 늘려놓은 상태에서 힘으로 돈줄을 움켜쥐는 모양이기 때문이다. 이번 조처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정부는 금리 인상이나 부동산 보유세제 강화 등 좀더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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