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9.06 19:51
수정 : 2009.09.06 19:51
사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난 3일 제기한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계획 수정론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는 정 후보자와 사전에 논의한 바 없다며 즉각 진화에 나섰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행정도시에 부정적이라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고, 정부와 여당 쪽 인사들도 시시때때로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친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 후보자의 발언이 나오고, 같은 날 차명진 한나라당 의원도 청와대가 수정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하자, 논란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특히 충청도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고 한다.
행정도시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을 꾀하자는 취지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국가사업이다. 행정수도 이전 방침이 위헌 판정을 받으면서 위상이 약해졌으나, 수도권과 다른 지역의 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닌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정부·여당도 겉으로는 ‘원안’대로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행정도시를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선 세종시특별법 통과가 무산되기도 했다. 행정도시 문제에서 정부가 겉 다르고 속 다르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불신이 팽배한데도 정부 인사들이 돌출적으로 부정적인 견해를 흘리는 것은 아주 부적절한 행태다. 지역 민심을 자극하고 신뢰를 더 떨어뜨릴 뿐, 행정도시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데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사업이 상당히 진척돼 원점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임을 이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행정도시에 대한 소극적 태도와 대조적으로 정부의 수도권 개발 의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다양한 수도권 개발 계획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세종시마저 애초 계획보다 축소된다면, 수도권 집중 현상은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 사회 곳곳에서 양극화가 진행되지만, 수도권과 다른 지역의 격차 확대만큼 심각한 문제는 많지 않다. 이에 따른 지역간 위화감이나 반감의 골도 아주 깊다. 행정도시를 단순히 경제적 효용성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지금 정부한테 필요한 태도는 행정도시 문제 재론이 아니라 확고한 지역 균형발전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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