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남북협력 중요성 부각시킨 ‘임진강 참사’ |
갑자기 불어난 임진강 물로 우리 국민 6명이 사망·실종한 사건은 북쪽의 사전 통고만 있었어도 막을 수 있었다. 북쪽에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북쪽의 처사는 수자원 개발·이용에서 관련국이 서로 협력하고 공유하천 이용 때 다른 나라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규정한 1971년 ‘공유하천 이용에 관한 아순시온 조약’ 등의 정신에도 어긋난다. 그나마 북쪽이 어제 사고 경위 설명과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우리 쪽의 전화통지문을 전달받고, 재발 방지 노력을 하겠다는 내용의 답신을 신속하게 보내온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정부의 책임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북쪽이 갑자기 많은 양의 물을 방류했다고 하더라도 당국의 대응은 매우 부실했다. 먼저 군은 피해를 막을 정도로 일찍 상황을 파악하고도 민간 기관에 정보를 전달하지 않았다. 홍수 대비는 수자원관리본부와 연천군청, 한강 홍수조절통제소에서, 민간인 통제는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며 군 초병의 역할은 북한군 침투를 막는 것뿐이라는 군 당국의 설명은 기가 막힐 뿐이다. 지켜야 할 국민의 생명보다 책임 면하기에만 급급한 보신주의의 극치다. 많은 돈을 들여 설치한 홍수 무인자동경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도 그냥 넘길 수 없다. 작동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하지 않은 무사안일이 국민의 생명을 앗아간 원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와 사회 일각에선 북쪽의 ‘의도적 방류’니 ‘수공’이니 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북쪽의 설명이나 돌발 상황에 대비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의무라는 점을 생각하면 지나친 주장이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크게 나빠졌고 임진강 수역이 수해 상습지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군을 비롯한 정부 당국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철저하게 대비했어야 마땅하다.
정부는 남북 협력체제를 구축하지 않는 한 이런 일이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남북 당국은 2000년 6·15 정상회담 이후 임진강 수해 문제를 꾸준히 논의해왔고, 2004년엔 ‘임진강 수해방지와 관련한 합의서’를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이런 합의는 휴지가 됐다. 감정적·단편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큰 틀에서 보고 대처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