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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07 21:54 수정 : 2009.09.07 21:54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한국전쟁 때의 어두웠던 역사를 바로잡으려는 과거사 규명 노력이 위태롭게 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안병욱 위원장은 어제 그런 걱정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안 위원장은 과거 잘못을 바로잡으라는 진실화해위의 권고를 정부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법부가 조작 간첩사건 등 과거의 인권유린 사건에 대한 재심 결정을 받아들여 잇따라 무죄 판결을 하는 것과 달리, 정부 기관의 권고 이행률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실제로 진실화해위가 전쟁 기간의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61건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지금껏 내린 국가사과 등의 권고 가운데, 명확하게 사과가 이뤄진 것은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단 한 차례뿐이다. 다른 권고에 대해서도 형식적인 조처만 몇몇 있었을 뿐, 유족들이 바라는 호적 정정이나 역사기록 등재, 부상자 생계비 지원, 미군과의 배·보상 협상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권고를 외면하는 일은 이명박 정부 들어 더 심해졌다고 한다. 국가의 과거 잘못에 대한 책임을 아예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 걱정되는 것은 규명된 진실조차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 시도는 그동안에도 있었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정부·여당이 추진한 과거사위 통폐합은 모든 과거사위 활동의 조기 종료를 노린 것이라는 의심을 받았다. 진실화해위 결정에 불복해 재심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도 얼마 전 한나라당에서 나왔다. 이른바 뉴라이트 쪽에선 이번 기회에 과거사 규명 성과를 뒤집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고 한다. 안 위원장을 비롯한 여러 위원의 임기가 곧 끝나니, 이를 이용하자는 생각일 것이다. 내년 4월로 끝나는 진실화해위 활동 기간을 연장해 과거사 규명 결과를 다시 심의하자는 말까지 있는 모양이다. 그리 되면 그동안의 과거청산 노력은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안 위원장 말대로 안타깝기 짝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과거사 규명의 취지를 훼손하는 그런 일을 꿈꾸지 말아야 한다. 그보다는 과거사연구재단 설립과 학살 피해자의 배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진실화해위의 권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 과거사 해결을 피하거나 왜곡하려 하다간 언젠가 더 크게 불거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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