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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엇나가는 임진강 참사 이후 논의 |
‘임진강 참사’ 이후 벌어지는 각종 논의가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엇나가고 있다.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고 실질적 재발 방지책에 초점을 맞추기는커녕 이념 공세나 책임 흐리기로 흘러가는 것이다.
우선 남북관계에서는 모처럼 기지개를 켜는 해빙 분위기에 악재가 되고 있다. 먼저 원인을 제공한 것은 북쪽이다. 결과적으로 남쪽 국민 6명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북쪽은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았다. 국제협약 위반 여부나 기존 관행이 어땠는지를 떠나 인명 피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는 것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북쪽이 말하는 무단 방류 이유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북쪽은 댐 수위가 높아져 갑자기 방류하게 됐다고 하지만 최근 그쪽 강우량은 많지 않았다. 납득할 만한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남쪽에선 대북 강경론자들이 좋은 기회라도 잡은 듯 대결적인 주장을 쏟아낸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어제 북쪽이 ‘의도적 방류’를 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일부 언론은 사안의 성격상 북쪽 지도부나 군부가 개입해 방류를 한 것이 분명하다며 믿거나 말거나 식의 보도를 한다. 일부 인사들은 북쪽 수공을 막으려면 제2의 평화의 댐을 만들어야 한다며 반북 여론을 부추긴다.
이런 강경론은 남북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남북관계가 나빠질수록 정치·경제적 손실도 커지기 마련이다. 되풀이되는 임진강 수역의 수해 방지에만 한정해도, 대응 댐을 건설하는 것보다 남북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적게 든다. 이런 점에서 정부가 임진강 사태와 관련한 남북대화 제의를 검토하기로 한 것은 타당하다. 남북은 하루빨리 대화의 장에 나와 서로 의견을 솔직하게 교환하고 이번과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정부가 대북 공세에 편승해 자신의 책임을 제쳐놓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큰 문제다. 이번 참사는 북의 사전 통보 없는 방류에 남쪽 당국의 총체적 기능 부전이 더해져 생긴 인재다. 적어도 책임의 절반은 정부에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북한만 비난할 뿐 국민에게 정식으로 사과한 적이 없다. 혹시라도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려고 상대 쪽 책임을 부풀려 강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시시비비를 가려 관련자들의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것은 물론 확실한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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