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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공, 물값 인상보다 경영부실 막는 게 먼저다 |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떠맡게 된 수자원공사가 지방자치단체 등에 공급하는 물값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원가에 못 미치는 물값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가격을 올린다면 4대강 사업비를 국민의 수도요금에 떠넘기려 한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정부와 수자원공사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한 때다.
수자원공사가 지자체에 공급하는 물값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물값을 올리지 않는 바람에 원가의 83%에 불과한 실정이다. 따라서 원가의 90%까지 인상해 달라는 수공의 요구가 무리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물값을 원가의 90% 수준으로 올린다고 해도 수공의 수익 증가는 연간 700억원에 그친다. 수공이 부담해야 할 4대강 사업비 8조원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정부나 수공이 당장의 물값 인상으로 4대강 사업비를 충당하려 한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물값 인상에 앞서 몇 가지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분명하다. 수공은 경인운하 건설비 2조원과 4대강 사업비 8조원을 떠맡게 된 마당이기 때문에 경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이자비용을 보전해준다고 하지만 그 정도로는 수공의 경영 압박을 해소해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실제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면 현재 2조8천여억원인 부채는 2013년 15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매출 2조원인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이런 상태에서 물값 인상분이 새로운 수자원 개발과 수질 향상 등을 위해 제대로 쓰일지는 의문이다. 수공이 공급하는 물값은 세금이 아니다. 정부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따라서 적은 돈이라 할지라도 물값 인상분이 경인운하와 4대강 사업 비용으로 들어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민의 눈을 속이는 일이다.
무엇보다 수공의 경영 부실화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단순히 4대강 사업비 조달 방법만이 아니라 이를 어떻게 상환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물값부터 올린다면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4대강 사업을 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정부에 부담 되는 사업을 공기업에 마음대로 떠넘길 수 있다는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부터 고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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