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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미 대화 재개, 한반도 평화의 전기 돼야 |
한반도 주변 정세의 변화 기류가 빨라지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이래 북한의 유화 공세가 다층적으로 진행되더니 드디어 미국이 북한과 양자 대화에 나설 뜻을 밝혔다. 필립 크롤리 미국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지난 주말 정례 브리핑에서 회담 개최에 대한 관련국들의 양해를 얻었음을 분명히 하고, 앞으로 2주일 내에 시기와 장소 등에 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번 회담의 성격을 6자회담에 북한을 복귀시키기 위한 것으로 한정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 이후 처음으로 북-미 간 본격 대화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가볍지 않다. 대화에 의한 국제분쟁 해결을 주창해온 오바마 정권이 등장하면서 북-미 관계 급진전에 대한 기대가 고조됐지만, 북한이 로켓 발사 등 강경 대결 정책을 들고 나오는 통에 9개월여를 흘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탐색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점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만큼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은 이점이다.
20세기식 냉전이 지속되는 유일한 지역인 한반도의 평화는 북한 핵 문제와 체제 불안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 평화의 초석을 깐다는 심정으로 이번 회담에 임해, 이들 문제 해결과 관련해 상당한 진전을 이뤘던 6자회담을 복원시켜야 한다. 북한 핵 문제가 논의된 지 20년이 돼 가는데 계속 쳇바퀴만 돌 수는 없다.
북-미 양자회담이 성과를 내려면 주변국, 특히 일본과 우리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절실하다. 두 나라의 대북 강경론은 그동안 북한 핵 문제 해결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그러나 16일 출범하는 일본의 민주당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는 등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현재의 변화 기류를 “남북관계에 있어 중대한 전환기이자 격동기”라고 인정하면서도 기존의 정책 기조 유지를 고집한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의 말대로 한반도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이후 시작됐으나 부시 정권 등장으로 중단됐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다시 본격화하는 격동기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핵심 당사자가 돼야 할 우리 정부가 낡은 생각에 사로잡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다간 우리 문제에 스스로 방관자가 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된다. 이제라도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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