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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13 21:38 수정 : 2009.09.13 21:38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아직 국회에 제출조차 되지 않았는데도, 정부가 4대강 사업 추가공사를 이달 말 발주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 규모가 무려 5조7천억원이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이 삭감될 가능성 따위는 아예 염두에 두지 않는 듯한 행태다. 국회나 야당이 뭐라 하건 정부 예산안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뜻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제54조)에 대한 명백한 침해다.

정부의 졸속과 억지는 이것만이 아니다. 모두 22조2000억원 이상이 든다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환경영향 평가, 문화재 조사 등 사전 절차는 모두 편법으로 생략되거나 요식행위로 끝났다. 예산의 부실 사용을 막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의 대상이 전체 4대강 사업 예산 가운데 고작 11.2%, 2조4773억원에 그친 것이 대표적이다. 논란의 핵심인 하천 준설, 보 건설 등 치수사업은 7조6000억원 규모로 가장 큰 사업인데도, 재해예방 사업이라는 이유로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나머지 예산도 사업을 이리저리 쪼개 규모를 줄이는 방식 등으로 빠졌다. 그렇게 해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지 않게 된 예산이 19조7000억원이다. 대규모 재정 손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환경영향 평가도 형식적이기 짝이 없다. 정부는 지역별 주민설명회와 전문가 자문, 학회 토론회, 공청회를 한 차례씩만 서둘러 진행하고 있을 뿐, 환경시민단체나 각계 전문가들의 검토 요구는 못 들은 척 외면하고 있다. 몇 년씩 해묵은 자료를 근거로 사업계획이 짜였는데도 며칠 만에 사전 환경성 검토를 끝내기도 했다. 문화재 조사는 사업 계획이 확정되기 훨씬 이전인 지난 2~3월에 서둘러 마쳤다. 그나마 수중조사는 착공 때 약식으로 할 것이라고 한다. 청계천 사업의 문화재 조사에 1년2개월이 걸렸는데, 200배 넘는 규모인 4대강 유역의 조사를 고작 한 달 반 만에 끝낸 것부터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무엇이 두렵고 꺼려지기에 이런 점검과 심의 절차까지 기피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정부 뜻대로 4대강 사업을 졸속으로 강행 추진한다면 예산 낭비, 환경·생태계 파괴, 문화재 손실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런 파국을 피하려면 지금이라도 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시민사회의 충실한 논의 결과에 따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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