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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경제 취약성 일깨운 금융위기 1년 |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지 어제로 꼭 1년이 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하면서 몰아친 폭풍은 지난 1년 동안 전세계 금융 시스템을 붕괴 직전까지 몰고 갔고, 세계경제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주가·환율 등 주요 지표가 어느 정도 정상을 찾은 모습이다. 외환보유액도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교훈을 제대로 새겼는지는 의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개방경제 체제로 전환한 우리나라는 특히 이런 경제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외형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위기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경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특히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위기는 과도한 파생상품 투자나 월가의 탐욕 탓이라기보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특성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위기는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덩치가 크다고 저절로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 능력이다. 외형 확대에 치중했던 우리은행이 금융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외형 확대에 치중해온 금융정책의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시스템 안정을 해칠 수 있는 금산분리 완화 방침을 폐기하고 한국은행의 역할을 확대해 거시 차원의 금융감독 체제를 강화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 성급한 금융강국론이 오히려 큰 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수출에 목을 매는 대외의존적인 성장 전략도 바꿔야 한다. 경제정책의 목표를 내수시장 확대와 고용 창출로 전환해 안정적인 경제 운용의 기초를 닦아야 한다. 우리 경제는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작은 외부 충격에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중국 경제가 한번 흔들리면 우리는 회생 불능의 타격을 입을 수 있음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걱정되는 것은 정부가 금융위기의 교훈을 잊고 과거 성장 전략으로 회귀하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수출 호조에 낙관할 때가 아니다. 외형과 성장 일변도의 경제정책을 안정과 균형에 초점을 둔 정책으로 대체해야 한다. 경제 안정이 없으면 사회 안정도 없다. 또한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시급히 다시 설정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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