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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14 21:14 수정 : 2009.09.14 21:14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인권활동 경험이 전무한 김옥신 변호사를 사무총장 후보자로 내정한 것을 두고 인권위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이 어제 기자회견을 열어 내정 철회를 요구한 데 이어 사무총장 인선안을 심의한 인권위 전원회의도 결론을 내지 못한 채 16일 재심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전례가 없는 사태이나, 인권위 위원장에 이어 사무총장까지 인권 문외한이 차지하는 상황에 대한 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의 우려를 생각하면 당연한 결정이기도 하다.

현 위원장이 들어선 뒤 나라 안팎에서 인권위의 위상은 급속히 추락했다. 떼어 놓은 당상이던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 자리를 스스로 포기한 것은 물론, 국제 인권단체로부터는 아이시시 내 한국 인권위의 등급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까지 받았다. 정부가 인권위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때 인권 모범국으로 칭송되던 나라가 이런 처지로 전락한 것은 이명박 정권의 반인권적 행보 탓이다.

인권 문외한 사무총장 인선은 반인권 행보의 완결판이라 할 만하다. 현 위원장은 그동안 인권위가 편향성 논란에 시달렸던 점을 고려해 무색무취한 사람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법조인 경력 30년이니 인권에 대한 기본인식은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무수한 반인권적 판결과 법집행이 이뤄지는 현실에 비춰볼 때 법조인이라고 해서 모두 기본적 인권의식을 갖고 있다는 전제에도 동의하기 어렵지만, 더 큰 문제는 인권위 사무총장이 그런 기본적 인권인식만 갖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무총장은 인권위의 전체 운영과 인사에 관여하는 실질적 권한을 갖는다. 또 인권위에서 다룰 문제를 선택하고 그 최초 보고서의 방향을 잡는 일도 그의 몫이다. 인권위의 실질적인 조타수다. 더군다나 위원장이 인권 문외한이면 사무총장은 더욱 전문성이 필요할 텐데 전문성은커녕 감수성도 없는 인물을 선택했다. 인권위를 무력화하겠다는 뜻이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격이 안 되는 이들이 자리만 차지하겠다는 것은 죄악이다. 인권 침해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을 지켜줄 마지막 보루로 여기는 인권위 사무총장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현 위원장이 내정을 포기하거나 김 변호사 스스로 물러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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