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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직자 도덕성 검증 ‘이중 잣대’는 안 된다 |
신임 각료 후보자 등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도덕성 논란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어제 열린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과 주호영 특임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소득세 탈루와 아들의 병역면제 의혹,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 및 증여세 탈루 의혹 등 각종 도덕성 문제가 제기됐다. 민일영 대법관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했다. 이들의 도덕성 공방을 지켜보노라면 위장전입이나 병역기피, 탈세 등의 의혹이 없으면 고위 공직자에 지명될 자격조차 없는 것일까 하는 한탄이 나올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도덕적 흠결에 대한 평가나 처리의 뚜렷한 기준이 없이 ‘이중 잣대’가 횡행한다는 점이다. 위장전입만 해도 과거 정부에서는 장상·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나 이헌재 경제부총리 등이 낙마한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똑같은 죄’를 놓고도 처벌의 수준이 천차만별인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도덕성 문제에 접근하는 정치권의 일관성 부재에서 비롯한다. 특히 흠 있는 고위 공직자들을 두둔하는 게 마치 여당의 당연한 의무이자 미덕인 것처럼 여기는 풍토는 도덕성 검증을 무력화하는 최대 요인이다.
실제로 한나라당의 과거와 지금의 발언을 비교해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야당 시절 한나라당은 적십자회비 미납에 대해서까지 “미국에서는 학자금 대출을 안 갚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한 적도 있다”고 혹독하게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요즘에는 “능력을 검증해야지 과거의 사소한 흠을 가지고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완전히 태도를 바꿨다. 똑같은 비판은 민주당에도 해당된다.
여야 정치권은 더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판단 기준이 달라지는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최소한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일관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야당=공격, 여당=옹호’의 구태의연한 도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치권이 도덕성 판별 기준을 마련하면서 특히 유념해야 할 대목은 서민들의 정서다. 힘 있는 사람들의 경우 웬만한 흠이 있어도 용서받고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서민들은 깊은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래서는 현 정부가 표방하는 통합과 화합도 기대 난망이다. 당장 문제가 되고 있는 위장전입만 해도 2007년에만 1500명이 형사입건된 게 지금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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