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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5.05.29 19:08 수정 : 2005.05.29 19:08

원폭 피해자 2세의 인권운동에 앞장서 온 김형율씨가 35살의 젊은 나이로 어제 숨졌다. 2002년 처음으로 자신이 원폭 피해자 2세임을 공개하고 원폭 피해자 자녀들의 문제를 제기해 온 그의 갑작스런 죽음이야말로, 이땅에서 신음하고 있는 원폭 피해자와 자녀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일본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지 60년이 되도록, 한국의 원폭 피해자들은 일본과 한국 정부로부터 외면당해 왔다. 게다가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자신들의 ‘저주’가 자녀에게까지 이어지는 더 견디기 힘든 저주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의 고통에 관심을 기울인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일부 피폭자가 직접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법정 싸움을 벌여 지원을 받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한다.

2세들의 고통도 말로 하기 어렵다. 유전병으로 추정되는 온갖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사회적 편견이 두려워 피폭자의 자녀라는 사실조차 숨겨야 했다. 피폭이 2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조사는 고사하고, 원폭 2세들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원폭 피해자뿐만 아니라 2세에 대해서도 실태조사를 벌이고 지원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으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기다리다 못한 피해자들이 조승수 민주노동당 의원과 함께 다음달에 원폭피해자 특별법안을 발의하려 하고 있다.

나라 잃은 설움보다 더 큰 것이 제 나라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이다. 더는 원폭 피해자와 그 자녀들이 한을 풀지 못한 채 숨을 거두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는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자 사망자에게 속죄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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