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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치’ 말할 자격 없는 법무장관 후보자 |
이귀남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도덕적 논란은 이번에 지명된 신임 각료들이 받고 있는 의혹의 결정판처럼 보인다. 위장전입에다 다운계약서를 통한 소득세 탈루, 부동산 차명거래 등 모든 의혹이 망라돼 있다. 법률적으로 따지면 주민등록법과 조세법, 부동산실명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 특히 부동산 차명거래의 경우 본인이 직접 관여하지 않고 방조만 했더라도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는 엄중한 범법 행위다.
이 후보자는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사건 폭로 때도 이른바 ‘떡값 검사’로 지목된 바 있다. 당시 김 변호사는 이 후보자가 청와대 사정비서관 시절부터 삼성의 관리대상 명단에 들어갔다고 폭로했다. 떡값 논란은 검찰의 자체 진상규명 의지 부족 등으로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여러가지 정황상 의혹이 명쾌히 가시지 않은 상태다. 이래저래 법적·도덕적으로 흠집투성이인 인물이 법질서를 담당하는 부처의 최고 책임자로 지명된 셈이다.
이 후보자는 어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는 “장남의 자율학습을 잘 시키려고 주소를 이전했다”고 설명했고, 차명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처가의 일이라 몰랐다”고 변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성숙한 법질서 확립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법질서 위반 사실을 시인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엄정한 법질서 확립을 외치고 있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그러다 보니 “법무장관이 지키지 않는 법을 국민이 지키겠느냐. 주민등록법·조세법·부동산실명거래법을 모두 폐지하는 게 어떤가”라는 기가 막힌 질문이 의원들한테서 나왔다.
지난 십수년간 계속된 고위 공직자 도덕성 검증 과정을 뒤돌아보면, 똑같은 흠결이라도 업무 관련성이 있으면 더욱 엄중하게 처리하는 게 통례였다. 김영삼 정부 초기 그린벨트 무단 형질변경 때문에 김상철 서울시장이 낙마한 것 등은 대표적인 예다. 또 시골 출신 노모한테 소일거리를 마련해 주려는 효심에서 조그만 농지를 불법으로 사들여 갖고 있던 농림부 차관이 사퇴한 경우도 있다. 다른 부처 공직자라면 눈감아줄 수도 있는 허물이지만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의 성격상 용서를 받지 못한 경우들이다. 자기는 ‘바담풍’ 하면서 남들에게는 ‘바람풍’ 하라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 후보자는 법질서를 유지해야 할 법무부 장관으로는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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