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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지나친 대입 전형료는 또하나의 차별이다 |
대학 수시모집이 본격화하면서 입시생 학부모들의 비명 소리가 커지고 있다. 몇 군데 대학에만 원서를 내도 전형료만 수십만원이 훌쩍 넘는다. 불안한 마음에 이곳저곳 넣다 보면 백만원 이상 되는 경우도 많다. 시민들로선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빈곤층에선 전형료 부담 때문에 지원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거나 최소한으로 줄이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과중한 전형료는 결과적으로 지원 단계에서부터 수험생들을 차별하는 장치가 되는 셈이다.
그 책임은 전적으로 대학들에 있다. 이들의 눈엔 막대한 전형료 수입만 보일 뿐, 경제적으로 취약한 가정의 학부모의 어려움은 보이지 않는다. 교육의 공공성과 사회적 형평성 등에는 애시당초 관심이 없다.
과다한 대입 전형료 문제는 어제오늘 제기된 것이 아니다. 이에 따라 전형료의 사용처를 공개하라는 학부모 단체들의 요구도 계속돼 왔다. 그러나 대학들은 입시 전형에만 쓴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명세 공개를 거부해 왔다. 또 수시 전형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 심층면접 등이 포함돼 있어 지금의 전형료가 무리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의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에 따라 전형료 수입으로 총장배 테니스대회를 열거나 학교 홍보 비용으로 사용했고 집기 구입에 쓴 대학도 있었다. 시험에 응시하지 않을 경우 전형료를 되돌려주는 대학은 극히 일부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뒤늦게나마 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전형료를 둘러싼 논란이 포화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일 게다. 교과부는 ‘교육기관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을 개정해 올 연말쯤 대학의 전형료 수입과 지출 명세를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정보공개라도 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를 통해 무리한 전형료 책정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일반기업에선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전형료를 받지 않는다. 오히려 교통비 등을 주는 기업도 많다. 그런데 왜 대학은 시험을 보려는 이들에게 모든 비용을 전가하는지 의문이다. 전형료를 없애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의 실비만 받도록 해야 한다. 빈곤층에는 전형료를 면제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대학이 전형료로 돈벌이를 한다는 소리를 듣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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