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미국 엠디정책 전환은 합리주의의 승리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제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을 설치하기로 한 조지 부시 전임 행정부의 계획을 백지화하고, 대신 새로운 방식의 유연한 미사일방어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대외정책이 합리적 판단에 기반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징표로서 환영할 만하다.
부시 정부의 엠디정책은 그동안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지만 실효성도 없고 쓸데없이 국제적 갈등만 야기하는 정책이란 비난을 받아왔다. 2002년 엠디 계획이 본격화한 뒤 900억달러 이상을 퍼부었음에도 10여 차례 시험에서 요격률이 50%를 밑도는 게 엠디 시스템의 현재 상황이다. 그런데도 부시 행정부가 이를 고집한 데는 딕 체니 전 부통령이나 도널드 럼스펠드 전 국방장관 같은 핵심 정책입안자들이 군산복합체와 유착관계에 있었던 탓이라는 분석도 제기돼 왔다.
부시 정부는 알래스카에 엠디 기지를 구축하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와 일본 등 동맹국에도 엠디 참여를 촉구했다. 그 때문에 엠디정책은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했다. 특히 2006년 12월 현재 문제가 된 폴란드와 체코에 엠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결정은 미-러 관계 악화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란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서 유럽을 보호한다는 명분이었지만, 러시아는 이를 자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바마 정부의 이번 정책 전환은, 그들은 부인하지만, 대러 관계 개선을 목표로 한다. 현재 미국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목표인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문제 해결을 위해선 러시아의 도움이 절실한 형편이다. 또 러시아와 만료 예정인 전략무기감축협정을 대체할 새로운 협정에 대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오바마의 결정을 책임 있는 움직임으로 평가하고 전향적으로 대응할 뜻을 비쳤다. 오바마의 정책 전환이 국제질서를 대립이 아닌 협력의 시대로 이끌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우리 역시 미국의 엠디정책 전환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일본의 집권 민주당 안에서도 엠디 예산의 삭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효율성이 적은 방어망 구축에 천문학적 돈을 들이기보다는 미사일이 날지 않아도 되는 국제환경을 만드는 것이 더 실용적이라는 판단이다. 우리도 긴장을 늦출 수 있는 방안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