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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기성 노동연구원장은 자격이 없다 |
박기성 한국노동연구원장이 그제 국회에서 노동3권을 헌법에서 빼야 한다는 게 자신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른 나라는 노동3권이 법률로 보장되면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는데, 우리는 헌법적 권리여서 현실하고 어긋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노동3권이 너무 과도하게 적용되고 있어 문제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노동정책을 연구하는 국책연구기관의 원장이 이렇게도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펴다니, 참으로 한심하다. 야당 의원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조차 “말을 조심하라”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노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노동정책을 연구해야 할 기관을 이끌기에는 턱없이 편향된 인물이라는 것이다.
노동3권, 곧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국제사회에서 기본적인 권리로 인정되고 있다. 그리고 기본적인 권리라면 헌법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래야 이 권리가 최대한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원장 같은 이들에게는 노동3권의 의미와 성격을 상기시키기조차 민망하다. 이 권리가 우리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도 잘 모르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은 박 원장의 인식과 정반대이다.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기업들이 버젓이 존재하고,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을 제약하는 법적인 장치도 여럿 있다. 필수공익사업장에 적용되는 ‘필수유지업무제도’가 대표적인 장치다. 이 제도는 논란이 되어 폐지된 직권중재제도보다 “훨씬 더 문제적인 제도가 될 가능성을 갖추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는다. 이 지적은 박 원장이 이끄는 노동연구원이 지난 6월 내놓은 <노동정책연구> 9권 2호에서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현실을 모른다면 알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마땅하다. ‘소신’이라는 말이 현실을 왜곡하는 도구로 악용될 수 없음도 물론이다.
‘뉴라이트’ 출신의 박 원장이 반노동적 태도를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월 노동연구원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함으로써, 국책기관들 사이에서 노조 압박 분위기를 주도했다. 게다가 노동연구원 노조는 박 원장이 단체교섭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지난 14일 파업에 들어갔다. 이 정도라면 박 원장은 노동연구원 원장으로 자격이 없다.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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