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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9.20 21:33 수정 : 2009.09.20 21:33

없는 병을 만들어내 병역을 회피하려는 병역 비리 사건이 잇따라 발각됐다. 수법도 기기묘묘하다. 희귀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병원 진료를 대신 받게 하는 ‘환자 바꿔치기’ 따위 신종 수법이 나왔고, 멀쩡한 어깨를 훼손해 탈구 수술을 받는 해묵은 수법도 동원됐다. 인터넷을 통해 병역 면제나 신체검사 일정 연기를 주선하고 돈을 받는 전문 조직까지 적발됐다. 비리가 근절되기는커녕 거의 매년 빠짐없이 반복되는데다 그 수법까지 날로 진화하고 있는 꼴이다.

병역 비리에 대한 엄벌은 지극히 당연하다. 비슷한 수법의 병역 기피가 또 있을 수 있으니 수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재발을 막을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이런 조처만으론 부족하다. 그동안 숱하게 터져나온 병역 비리 사건에서 엄벌과 대책 마련이 약속됐지만, 그때마다 보란 듯 새로운 수법이 등장했다. 몇몇이 쉬쉬하며 저질렀던 비리가 사회 일반으로 확산하면서 수법도 날로 교묘해졌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관련 규정 고치기에 급급한 기존 대응방식으로는 고질이 된 병역 비리를 해결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병역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병역 회피를 특권인 양 여기고 병역을 마치는 것을 오히려 손해라고 보는 풍조 탓이 크다. 그 일차적 책임은 일부 공직자나 부유층 등에 있다. 2003∼08년 적발된 병역 비리 혐의자 가운데 그렇게 분류될 수 있는 사람이 전체의 60% 정도였다. 이번 비리에서도 예외 없이 그런 사람들이 거론된다. 설령 위법은 아닐지라도 고위 공직자의 상당수는 자신이나 아들이 병역 면제자이기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정정길 대통령실장,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등 한둘이 아니다. 병무청 통계로는 장차관급 인사의 11%, 여야 국회의원의 18%가 병역 면제자라고 한다. 대다수 병역 의무 대상자들로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다. 기회가 되면 어떻게든 군복무를 피하려는 분위기는 이런 토양에서 배태된 것이다.

공직자나 부유층의 병역 면탈 행위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걸림돌이다. 그동안에도 이들 계층의 병역 의무를 관리하기 위한 특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거론됐지만, 번번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은 채 흐지부지됐다. 이번 기회마저 놓친다면 병역 비리는 영영 치유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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