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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기후변화협약, 미국에 달렸다 |
올해 말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그제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가 적어도 총회의 모멘텀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2020년까지 배출량을 현저하게 줄이겠다고 약속하는 등 각국이 좀더 진지한 협상 자세를 보인 덕분이다. 코펜하겐 총회에서는 2012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신할 새 기후변화협약을 논의한다.
이번 정상회의 전까지는 이 총회에 대한 회의론이 우세했다. 구체적 감축 목표와 감축 속도 등을 둘러싼 각 나라의 의견차가 워낙 커서다. 특히 미국은 중국·인도 등 개도국들이 구속력 있는 감축 목표치를 제시해야 기후변화협약에 참여할 수 있다고 버텨왔다. 반면 개도국들은 지구 온난화에 더 큰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고 맞섰다.
이런 상황에서 후 주석의 ‘현저한 감소’ 약속은 논의의 돌파구를 여는 의미를 지닌다. 다른 개도국은 물론 미국을 견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협약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적인 구실을 하지 않으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1997년 채택된 교토의정서도 상원의 인준을 받는 데 실패한 미국의 탈퇴로 동력을 상실했다.
지금의 지구 온난화 상황은 당시보다 훨씬 나쁘다. 협약에 소극적이었던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조차 “세계가 기후변화에 당장 대응하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지 않을 수 없는 정도다. 그럼에도 미국은 유감스럽게도 아무런 새 제안도 내놓지 않았다.
이제라도 각국은 협소한 자국의 이익을 넘어 세계적인 위협에 공동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의 적극적인 태도가 열쇠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를 설득해 세계적 대의에 동참할 수 있게 하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중국 또한 구체적 목표치를 제시함으로써 ‘G2’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우리 역시 적극적 태도가 필요하다. 일본의 새 정권은 2020년까지 90년 대비 25%란 감축 목표를 내세우며, 이 분야에서 국제적 주도권을 확보하려 한다. 환경산업을 새로운 지속가능 발전의 원천으로 삼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갖고 있다. 머뭇거리다간 주도권을 이들에게 모두 내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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