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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낡은 굴레 푼 헌재 결정, 집시법 바로잡는 계기로 |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어제 나왔다. 위헌 결정 정족수 6인에 한 명이 부족해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졌지만, 사실상 위헌 판정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오랫동안 무시돼온 헌법적 가치를 바로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헌법 제21조 2항은 집회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야간 옥외집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그런 집회를 하려면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집시법 제10조 등은 사실상의 허가제이니, 애초부터 헌법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이었다. 그런데도 이 조항은 50년 넘게 유지돼왔다. 공공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명분이었지만, 마땅히 누려야 할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권력에 대한 비판을 막는 부당한 굴레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해가 진 뒤의 옥외집회 금지는 생업에 종사해야 하는 시민과 학생 등의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것이기도 했다. 형벌 법규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해 재판 등에 혼란을 남겼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적지 않지만, 뒤늦게라도 잘못된 점을 바로잡았으니 다행이다.
집시법에는 야간 옥외집회 금지조항 말고도 집회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는 조항이 많다. 집회 신고를 관할 경찰서장에게 하도록 하고(제6조), 관할 경찰서장이 신고된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한 것(제8조)이 대표적이다. 신고제의 겉모습을 지녔지만, 경찰의 재량을 지나치게 인정하고 있으니 사실상의 허가제다. 집회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에 위반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주요 도로에 대한 집회 금지나 과도한 소음 규제, 도로교통법의 몇몇 조항 등도 집회를 사실상 봉쇄하고 처벌하는 구실이 돼왔다. 헌재 결정으로 내년 6월 말 이전에 국회가 새로 집시법을 고치는 과정에서 이들 조항도 허가제의 독소를 없애는 방향으로 함께 고쳐져야 한다. 헌재 결정에 따라 옥외집회를 금지할 심야시간대를 정할 때도 집회의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야간집회 금지조항을 촛불집회를 탄압하는 무기로 삼아 국민을 범법자로 몰아붙이는 행태는 더는 없어야 한다. 집회 참석을 처음부터 범죄시하는 한나라당의 ‘마스크 금지 법안’ 등 집시법을 되레 개악하려는 시도 역시 중단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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