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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4대강 사업이 국제적 자랑거리인가 |
이명박 대통령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효과적인 (물 관리) 국제협력 체제 구축을 위해 특화되고 통합된 협력 방안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해, 물 관련 국제기구의 신설과 이 기구의 한국 유치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청계천이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들어 한국이 마치 물 관리 선진국인 것처럼 포장한 것은 낯뜨거운 일이다.
4대강 사업은 환경을 살리는 일도, 선진적인 물 관리 기법도 아니다. 곳곳에 보를 만들고 바닥을 준설해 담수호처럼 수량을 늘리겠다는 것이 어떻게 선진적인 기법인가. 청계천도 마찬가지다. 고가도로를 철거하고 하천을 복원한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청계천은 하천이라기보다는 인공수로라고 봐야 한다. 바닥에서부터 벽까지 온통 콘크리트로 포장된 모습을 보고 하천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걱정되는 것은 4대강 사업이 청계천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낙동강은 강 전체를 뜯어고치는 대대적인 공사를 벌이게 된다. 그러고 나면 거대한 인공하천으로 바뀌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담수량은 늘어나겠지만 주변 환경은 파괴되고 자연하천의 성격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 이 사업이 결국 대운하 사업으로 이어질 거라는 국민들의 우려도 여전하다.
그뿐 아니다. 정부는 4대강 사업비의 절반인 8조원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겼다. 정부는 이자만 지원해준다. 수공은 개발이익으로 그 돈을 충당하겠다고 했다. 결국 투자비 회수를 위해 4대강 곳곳에 위락시설을 조성하는 등 대규모 개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자칫하면 4대강 주변이 극심한 막개발에 시달릴 수도 있다.
정부 구상은 4대강 사업을 가지고 물 관리 선진국처럼 포장해 물 관리 국제기구를 한국에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통령 공약사업을 대외적으로 그럴듯하게 치장하기 위한 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제회의는 그런 일을 하라고 마련된 자리가 아니다. 국익에 기반한 내실 있는 교류·협력의 자리가 돼야 한다.
정부 구상대로 물 관리 국제기구를 창설하고 유치한다면 그 출연금의 상당액을 우리가 부담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금융위기로 고통받는 사람이 수백만명에 이른다. 물 관리 국제기구 창설 같은 데 눈을 돌릴 만큼 한가하지 않다. 그보다는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에 한 번이라도 더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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