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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 총리 후보 ‘인준 반대’가 국민의 뜻이다 |
한나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힘으로 밀어붙일 태세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어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야당의 정 후보자 임명 반대를 ‘발목 잡기 정치공세’로 규정하고 정면돌파를 선언했다. 야당들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입증된 것이 거의 없고, 의혹만 잔뜩 제기해 후보들이 결함투성이인 것처럼 비치게 하는 게 야당들의 노림수이기 때문에 더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안 대표의 주장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정 후보는 청문회 개최 이전부터 배우자 위장전입, 병역 기피, 다운계약서 작성, 소득세 탈루, 논문 중복 게재, 사기업체 고문 겸직 등 무려 여섯 가지 분야에 걸쳐 의혹을 받았다. 청문회 과정에서도 이에 대한 해명이 해소되지 못하고, 삼성의 ‘비공식 자문위원’ 활동, 아들의 국적 포기 만류, 기업인으로부터 1000만원 ‘용돈’ 수수 등의 의혹과 사실이 추가로 나왔다. 시시때때로 바뀌는 소득에 대한 설명은 공직자는커녕 건전한 시민의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심하게 한다. 안 대표는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고 비판하기 전에, 예전 한나라당 기준으로 하면 한 가지만 걸려도 반대했을 의혹을 몇 가지나 지닌 후보와 그런 후보를 낸 청와대를 비난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정 후보가 도덕적인 흠을 덮을 만한 정책능력과 비전을 보여준 것도 아니다. 그는 총리 후보로 지명된 뒤 ‘세종시 원안 추진 불가론’을 밝혔으나, 청문회 과정에서 준비와 대안이 없는 주장임이 드러났다. 공연히 사회적 갈등만 불러일으킨 셈이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와 감세에 대한 비판적 의견도 총리 지명 뒤 사라졌다. 그에게 한 가닥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실망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제 실시한 <한겨레>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가 총리직을 수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총리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의 흠이 아니다’(35.6%)라는 의견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58.3%나 나왔다. 위장전입, 다운계약서 등 관행적 위법행위가 공직 수행에 문제가 된다는 의견도 67%였다. 한마디로 국민 대다수가 정 후보의 총리 임명에 반대를 표시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정권의 발목을 잡는다고 야당을 비판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발목을 잡는 정 후보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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