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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산가족 상봉, 다시 끊기는 일 없어야 |
남북관계가 나빠지면서 2년 가까이 중단됐던 이산가족 상봉이 그제부터 금강산에서 진행되고 있다. 어제까지 남쪽 사람 97명이 북쪽 가족 220여명을 만난 데 이어 내일부터는 북쪽 100명이 남쪽 가족 450명을 만나게 된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상봉 당사자들에게만 의미 있는 일은 아니다. 아직 가족의 생사조차 모르는 이산가족들이 남과 북에 수없이 많다. 이번 행사는 그들에게도 희망을 주고 있다. 어렵사리 다시 시작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결코 중단되지 말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번 만남은 지난 8월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현대그룹의 합의를 계기로 성사될 수 있었다. 분단으로 빚어진 생이별의 아픔을 달래주는 일은 정부가 앞장서야 마땅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남북관계가 더 나빠지면서 이산가족 상봉은 좀처럼 재개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산가족들의 한숨은 날로 깊어만 갔다. 이번 만남이 비정부 차원의 돌파구 마련을 통해 재개됐지만, 앞으로는 양쪽 정부가 책임지고 상봉 횟수와 규모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지금 열리고 있는 행사를 보면서 ‘이산가족 상봉은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분단으로 헤어진 지 60년이 넘으면서, 형제자매간 만남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눈을 감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더 많은 사람이 세상을 등질 것이기 때문이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의 집계를 보면, 현재 남한에서 상봉을 기다리고 있는 8만7000여명 가운데 76%가 일흔살 이상이라고 한다. 한 번에 100명 정도씩의 만남으로는 이들 모두가 생전에 가족을 만나는 게 불가능할 것이다. 이들이 복권 당첨과도 같은 가족 상봉을 기다리다 한을 풀지 못한 채 눈을 감게 하는 것은 인도주의 차원에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7월 완공된 금강산 면회소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상봉 행사라고 한다. 이번 상봉을 계기로 남북 정부는 면회소를 상시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인원을 제한하지 말고, 원하는 사람이 자유롭게 상봉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덜어줘야 할 책임이 있는 두 정부가 해야 할 최소한의 조처다. 이산가족 만남은 그 어떤 정치·외교적 이해관계보다 앞서는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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