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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 총리, 국민의 비판 직시해야 |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이 어제 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수의 우위를 앞세운 한나라당만이 인준 투표를 강행한 결과다. 총리 지명 당시만 해도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그였다. 그러나 결국 이런 초라한 모습으로 총리직에 오르게 됐다.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정 총리는 인준 투표에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공부할 때 항상 90점 이상은 받았다. (총리로) 일을 하면 그 정도는 받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부’는 90점 이상이었는지 모르지만 ‘도덕성’은 낙제점을 면하지 못했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계속 불거져 나오는 도덕적 하자는 과거 정권의 도덕적 기준에서라면 이미 낙마를 하고도 남을 수준이었다. 그로서는 총리에 올라 뜻을 이뤘는지 모르지만, 국가적으로는 윤리 수준의 한 단계 퇴행을 감수해야 했다.
문제는 정운찬 총리의 앞날이다. 도덕성은 낙제점이라고 해도 그의 장담처럼 90점 이상의 총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러나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냉정히 말하면 그는 한번도 공직다운 공직을 경험하지 못한 ‘백면서생’이다. 거기에다 도덕성까지 흠이 난 상태이니 내각의 총책임자에 걸맞은 권위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도 당당하고 소신있는 자세를 기대하기 더욱 힘들어졌다. 자신의 도덕적 흠을 눈감아주면서 발탁해준 대통령 앞에서 어떻게 떳떳할 수 있을까.
하지만 어차피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제는 그가 혼신의 힘을 다해 국정을 잘 이끌어 나가기만을 바란다. 그러자면 정 총리는 우선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의 본질을 직시하기 바란다. 그것을 단순히 야당의 흠집내기나 과거의 관계에서 비롯된 분풀이 정도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런 응어리를 갖고서는 성공적인 총리직 수행을 기대할 수 없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신이 보인 ‘엠비 코드’ 맞추기 태도에 왜 그처럼 많은 사람이 실망했는지도 곰곰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사실 그가 현 정부의 편향성을 바로잡을 조정자 노릇을 해주리라는 기대는 빛이 많이 바랬다. 그럼에도 아직은 미련을 버리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한 가닥 남은 이런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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