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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종시 논란, 바람 그만 잡고 정부안부터 내놔야 |
정운찬 국무총리는 세종시 문제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공동체가 됐다. 정 총리는 후보자 지명 직후에 한 기자회견에서 ‘세종시의 원안 건설이 어렵다’며 세종시 수정론을 꺼냈다. 청문회 과정에서도 법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야당의 지적에도 아랑곳없이, 자족기능 미비론을 앞세워 수정론을 굽히지 않았다. 정 총리는 어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난 뒤 한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런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명예를 걸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향 팔아 총리 할 사람이 아니라고도 했다.
세종시법은 여야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법을 지키는 것이 원칙이다. 이것을 수정하려면 구체적인 근거와 납득할 만한 대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정 총리의 태도는 그렇지가 않다. ‘정부 각 부처와 국회, 여론을 전부 살펴서 결정해야 한다’거나 ‘과천 같은 도시를 만들 것이냐, 송도 같은 도시를 만들 것이냐에 대한 세심하고 폭넓은 고려를 해야 한다’고 하면서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 대안은 지금부터 검토하겠다는 말이다. 현행법을 철저히 묵살해버린 장본인치고는 그의 복안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세종시 문제는 정 총리가 스스로 떠안은 짐이다. 그는 이 문제의 해결이 늦어질수록 쓸데없는 국력 낭비만 커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하루빨리 논란을 종식시켜야 한다. 그가 진심으로 대안을 내놓고 국민을 설득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지금부터 서둘러 할 일은 두 가지다. 하나는 청와대는 침묵을 지키고,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원안 고수’를 말하며, 친이계 의원들은 ‘원안 수정’을 주장하는 콩가루 집안 같은 상황을 정리하는 일이다. 정 총리 스스로 수정론의 총대를 멘 만큼, 이 대통령과 독대를 하든 고위 당정을 하든 여권의 단일한 수정안을 신속히 내놔야 한다. 그다음은 이 안을 가지고 지역 주민과 야당 등을 진지하게 설득하는 일이다. 물론 설득이 통하지 않는다면 현행법이 정한 대로 신속하게 절차를 밟아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정 총리도 급변하는 나라 안팎의 환경 속에서 이 문제에만 매달릴 틈이 없을 것이다. 논점도 이미 다 나와 있는 만큼 정부안부터 내놓고, 한두 달의 시한 안에 세종시 논란에 마침표를 찍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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