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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에서 국회와 제 얼굴에 침뱉는 국회의장과 여당 |
언론관련법 날치기 처리와 관련한 권한쟁의 사건의 두번째이자 마지막 공개변론이 어제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지난 10일의 첫번째 공개변론과 마찬가지로 야당 쪽과 국회의장·한나라당 쪽은 서로 정반대의 시각으로 맞섰다. 이날 변론에서는 투표 절차의 적법성과 함께 심의·표결권 방해 여부 등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두차례의 공개변론을 돌아보면서 가장 먼저 지적할 점은, 의원들이 자신들의 입법 활동의 정당성을 헌법재판관들이 따지는 지경까지 온 데 대해 진정 반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의원들은 자신들을 뽑아준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가운데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갈 의무가 있다. 특히 언론은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핵심적인 제도이므로, 언론 관련 사안을 다룰 때는 국민의 뜻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변론 과정에서도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쪽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오히려 언론법 날치기 처리를 막으려던 야당 의원들에 대해 심의·표결권을 방해했기에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격을 논하자면,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아예 무시하고 재투표라는 괴상한 방식까지 동원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마저 확보하지 못한 여당의 자격부터 논해야 마땅하다. 게다가 방통위는 방송사업자 선정 일정을 늦췄다. 날치기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언론은 기껏 ‘새로운 성장산업 육성’ 측면 또는 ‘족벌 언론들의 사세 확장’ 측면에서 다뤄도 될 만큼 사소한 부문이 아니다. 언론은 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되, 특히 무시당하는 소수자의 목소리까지 대변해줘야 한다. 그럴 때에야 민주주의는 단순히 다수 의견만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소수를 희생하지 않으면서 최대치의 합의를 찾아가는 정치제도가 될 수 있다. 다수의 국민을 비롯해 많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야당이 한나라당의 언론 관련 법안에 반대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공개변론이 진행되는 동안 전·현직 언론인들은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가 내리게 될 최종 결정이 역사에 길이 남을 매우 특별하고 중요한 판결이 될 것”이라며 “헌재의 바른 결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헌재가 앞으로 내릴 결정은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본래 기능을 재확인하고 국회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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