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9.09.29 19:39 수정 : 2009.09.29 19:39

엊그제 국회에서 열린 이한구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시간은 고작 2시간50분이었다. 이 후보자도 다른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도덕적 의혹투성이였다. 17차례에 걸친 부동산 매매, 교수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건물임대업, 징병검사 이후 10년 만의 소집면제 혜택 등 석연치 않은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는 제대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곧바로 산회했다. 정운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표결을 둘러싼 여야 대치의 틈바구니 속에서 ‘날림’으로 끝났고, 그는 어부지리로 중앙선관위원에 선출됐다.

이 선관위원에 대한 인사 검증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성 문제였다. 그는 한나라당 내 의원 연구모임인 ‘사단법인 국민통합포럼’의 이사장을 1년 넘게 지냈다. 이 단체는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명백한 한나라당의 외곽단체였다.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선관위원으로서는 치명적인 흠이 아닐 수 없는 경력이다. 선거관리를 책임지는 자리인 만큼 국회는 이 대목에 대해서만큼은 철저히 따져야 했다.

게다가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위증’까지 했다. “한나라당 의원 연구모임인 국민통합포럼과는 이름만 같을 뿐 전혀 관계가 없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런 거짓 증언은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안상수 대표가 민주당 김유정 의원 쪽에 전화를 걸어 관련 사실을 인정하고 양해를 부탁하면서 곧바로 들통이 나고 말았다. 한마디로 국회를 깔보고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인사청문회특위는 이 후보자가 국민통합포럼에 대한 소명자료를 내는 조건으로 슬그머니 물러섰다. 국회가 스스로 자존심을 내팽개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청문회가 날림으로 된 데는 민주당의 책임이 크다. 애초부터 청문회에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은 민주당 지도부는 심지어 청문회 경과보고서 채택에 반대한 일부 의원을 말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민주당으로서는 이 자리가 무보수 비상임 위원직인데다, 국정감사와 재보궐선거 등의 정치일정을 고려해 그냥 눈감아줘도 된다고 생각한 듯하다. 하지만 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경중이 있을 수 없다. 세간의 관심이 별로 없는 인사청문회는 대충 넘어가겠다는 태도야말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런 일관성 없는 태도 때문에 민주당이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