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 진정으로 나라의 품격을 높이려면 |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치 국민보고를 위한 특별기자회견’을 했다. 이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의 형식을 빌려 국민 앞에 선 것은 지난해 6월 촛불시위가 한창일 때 이후 처음이다. 그때와 어제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랐다. 지난해에는 고개를 떨어뜨리고 ‘제 탓’을 연발했지만 어제는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유치는 우리나라가 아시아의 변방에서 벗어나 세계의 중심에 서게 됐음을 뜻한다며, 우리 사회 전반의 국격을 높이는 계기로 만들자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G20 정상회의 유치는 환영할 일이다. 이를 계기로 국격을 높여 세계 중심 국가가 되도록 하자는 호소도 타당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말을 들으면서 왠지 가슴 한구석의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 이제 첫걸음을 떼는 G20의 의미나 우리의 역할을 과도하게 치장하는 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현재 이 정권이 취하고 있는 태도나 벌이고 있는 일들이 과연 국민들에게 나라의 품격을 높이자고 호소할 만한 수준이 되는지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회견이 끝난 뒤 곧바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불법과 비리 의혹이 드러난 이귀남 법무부, 임태희 노동부, 백희영 여성부 장관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줬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비리 때문에 청문회 보고서조차 채택하지 못한 이들이었다. 도덕적 흠결이 많은 정운찬 총리 기용에 이은 역주행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정부의 제2기 내각은 ‘비리 의혹 내각’이라는 오명을 쓸 수밖에 없는데도 국격을 높이자고 호소하니 누가 흔쾌히 받아들일까.
‘그랜드 바겐’(일괄타결)만 해도 그렇다. 이 대통령은 ‘남북 문제 당사자로서 우리 목소리가 없었다’며 이 정책을 첫 독자적인 목소리로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 등 관계 당사국의 반응은 이미 보도된 터다. 외교에서 국격을 떨어뜨린 사례인 셈이다. 이미 이 대통령은 남북 정상간 합의인 6·15 및 10·4 선언을 무시하고 대북 강경책을 펴와 국가적 품격을 떨어뜨린 바 있다. 국격을 이야기하면서 용산참사를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도 실망스럽긴 마찬가지다. 나라의 격을 높이려 한다면 말로만 해서는 안 된다. 인권, 도덕성, 대외관계 등에서 세계인이 인정할 만한 정책과 실천을 보여줘야 한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