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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산가족 상봉, 언제 또 재개될까 |
한가위의 고향으로 달려가는 마음들이 바빴던 어제, 금강산에선 이산가족들이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60년 이별 끝에 2박3일 여섯 차례의 만남은 찰나같이 짧았다. 다시 만나리란 아무런 기약도 없이 또 남과 북으로 헤어졌으니 더욱 꿈처럼 아쉽고 안타까웠으리라.
그런 한가위의 헤어짐조차 부러운 이들은 여전히 많다. 이번 제17차 추석 계기 상봉행사에 이르기까지 북의 가족·친척을 만났던 이는 모두 2만여명이다. 그보다 훨씬 많은 8만여명이 이산가족 찾기를 신청해 여태껏 상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십만명이다. 그리던 가족을 만날 수 없게 된 이들에겐 상봉 현장의 통곡조차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엊그제는 상봉단에 들지 못한 70대 실향민이 그런 상심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언제 또 상봉이 있을지 알 수 없는 절망 탓일 것이다. 이젠 남은 시간도 얼마 없다. 이산의 세월이 반백년을 넘기면서 가족을 북에 두고 온 이들은 대부분 일흔을 넘겼다. 상봉을 신청한 사람 가운데 80살 이상 고령자만도 3만2000여명이다. 이미 4만여명이 상봉을 기다리다 눈을 감았다. 사망자 수는 해가 다르게 급증한다. 지금처럼 가끔, 그것도 몇백명이 만나는 데 그치는 방식이라면 살아 있는 동안 가족을 만나는 꿈을 이룰 이들은 몇 안 될 것이다.
남과 북의 당국은 이산가족들의 이런 다급한 사정부터 먼저 생각해야 한다. 양쪽 모두 이런저런 계산과 전략이 없을 순 없을 것이다. 남북문제와 핵 문제의 선후, 대화의 조건 따위를 따지는 서로의 입장 사이에 간극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산가족 상봉을 두고 “특별히 호의를 베푼 것”이라며 “상응하는 호의”를 요구하는 북쪽이나, 쌀·비료의 대북 지원을 검토하니 마니 하며 재는 듯한 남쪽의 모습은 모두 보기 딱하다. 헤어진 가족이 만나는 문제는 그런 식의 흥정거리가 되어선 결코 안 되는 일이다.
당장은 2년 만에 복원된 만남을 정례화하는 게 시급하다. 그러자면 적어도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만은 대범한 접근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상봉을 다시 정례화하는 것은 물론 상봉 규모도 확대해야 한다. 우선은 생사 및 주소 확인과 서신 교환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대가를 따지기에 앞서 먼저 ‘호의’를 베풀겠다는 자세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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