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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신문 불공정 경쟁 재촉하는 ABC협회 |
신문잡지부수공사기구(한국ABC협회)가 그제 신문 유가부수 기준을 구독료 정가의 80%에서 50%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구독료를 받지 않고 신문을 배달할 수 있는 기간도 현재의 2개월에서 6개월로 늘렸다. 쉽게 말해, 신문에 다른 신문 하나를 끼워 팔아도 두 부 모두 제값 받고 판 것으로 인정하겠다는 소리다.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어지러운 신문시장을 에이비시협회까지 나서서 무법천지로 만들 작정이라도 한 듯하다.
오래전부터 뜻 있는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인들은 신문시장의 불공정·과당 경쟁을 막고 신문업계가 돈 많은 몇몇 언론사에 의해 왜곡되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 애써왔다. 이런 노력은, 신문 구독료의 20%를 넘는 무가지와 경품 제공을 금지하는 정부의 ‘신문고시’를 통해 부분적인 결실을 맺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런 신문고시를 무력화시키겠다는 태도다. 기승을 부리는 불법 판촉에 대해서도 단속 의지를 거의 포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비시협회가 내린 결정은 신문간 불공정 경쟁을 재촉할 게 자명하다. 일반 상품 시장에서도 정가의 절반으로 물건을 파는 것은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권력 비판과 견제, 여론 형성 기능을 하는 공공재의 성격을 지닌 신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에이비시협회는 신문을 마치 대형 유통점들이 고객을 끌려고 내놓는 ‘미끼상품’쯤으로 보는 듯하다. 정부가 불법 판촉 단속 의지를 보이던 지난 정부에서도 무가지·경품 공세를 늦추지 않던 몇몇 거대 신문들은 이제 ‘미끼상품 장사꾼’과 다름없는 상술을 거침없이 발휘할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에이비시협회를 통해 판매부수를 공개하는 신문에만 정부 광고를 주겠다는 방침을 천명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비시협회의 이번 결정까지 나왔다는 것은 정부와 에이비시협회가 노골적으로 돈 있는 부자 신문들 편을 들겠다는 뜻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결정은 신문 광고 시장의 정상화 측면에서 봐도 아주 잘못됐다. 마구 뿌려져서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는 신문과 독자가 스스로 판단해 구독하는 신문의 광고 효과가 과연 같을 수 있겠는가. 삼척동자도 답을 알 만하다. 신문산업의 정상화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번 에이비시협회의 결정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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