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5.05.30 19:26 수정 : 2005.05.30 19:26

독일과 함께 유럽 통합을 주도해온 프랑스가 국민투표에서 유럽헌법을 부결시켰다. 비교적 순조롭게 이뤄져온 유럽 통합에 강력한 제동이 걸린 셈이다. 유럽연합 정상들은 다음달 중순 만나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하지만 내년 가을까지로 돼 있는 각국의 유럽헌법 비준 일정을 계속 진행시키는 것 이상의 묘안을 당장 내놓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프랑스의 유럽헌법 거부는 지난 반세기 동안 계속돼 온 유럽 통합 과정이 확대·심화 단계라는 결정적인 고비에서 큰 걸림돌을 만났음을 뜻한다. 지난해 동유럽 열 나라를 새로 받아들인 유럽연합은 곧 이슬람권인 터키와 가입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또 이제까지 경제통합에 초점을 맞춰온 것과 달리 유럽헌법은 유럽연합 대통령과 외무장관직을 신설하는 등 정치통합을 지향하고 있다. 정책을 조정하는 수준이 아니라 각국의 체제를 유럽연합 차원에서 통일시키는 단계에 들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여러 나라에서는 전통적 반대세력인 극우·극좌파뿐만 아니라 통합의 주된 동력인 중도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져 왔다. 이번에 반대표를 던진 많은 프랑스인들 역시 복지체제 파괴 및 주권·정체성 상실에 대한 우려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이런 우려가 해결되지 않는 한 유럽 통합 추진력이 눈에 띄게 약해지거나 일정이 대폭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유럽통합은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정치실험으로 불린다. 수십 나라가 자발적으로 주권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고 하나로 통합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한 남북 평화통일의 한 본보기이기도 하다. 이번 투표를 통해 확인한 것은 무엇보다 정치통합과 경제통합은 질적으로 다른 과정이라는 사실이다. 정치통합을 진전시키려면 경제통합 때보다 훨씬 치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