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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시작부터 편법으로 얼룩진 4대강 사업 |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 가운데 일부를 수자원공사(수공)에 맡기는 것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하천관리를 국가사업으로 규정한 하천법과 수공이 수자원 개발 등의 사업만 하도록 돼 있는 수자원공사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그것도 수공이 법무법인 등에 의뢰해 자체 검토한 결과 나온 결론이다.
수공 내부 문건을 보면, 정부 법무공단을 비롯해 두 개의 법무법인, 사내 변호사에 이르기까지 모든 법률 전문가들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하지만 국토해양부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22조원이 넘는 초대형 사업을 어떻게 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수공이 8조원을 부담한다고 하지만 이는 명백한 정부 사업이다. 수공이 홍수 예방 등을 위한 치수사업을 자체적으로 시행할 근거는 현행 법령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정부 예산으로 시행하되 수공이 이를 대행하는 방식뿐이다.
하지만 수공의 문제제기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아무런 회신도 하지 않았다. 현 정부의 공약사항이니 법적 검토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인지 어처구니없다. 기본적인 법률 검토조차 안 돼 있는 것을 고려하면 환경영향평가 등 다른 작업들이 제대로 됐을지도 의심스럽다.
국감에서 지적된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수공의 부담액 8조원 가운데 자체 사업은 2조8000억원에 그치고 나머지 5조2000억원은 다시 국토부로 넘겨 시행한다고 한다. 형식적으로만 수공이 주관하는 것일 뿐 실제 공사는 국토부가 다 하겠다는 뜻이다. 비판 여론을 피하기 위해 수공을 편법으로 끼워넣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 수공이 부담하는 8조원도 거저 떨어지는 돈이 아니다. 어차피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돈이다.
정부는 수공을 동원한 눈속임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하려는 시도를 그만둬야 한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나머지 일도 모두 꼬이는 법이다.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4대강 사업은 그렇게 편법으로 성급하게 추진할 일이 아니다.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하고 비판 여론을 수용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수준으로 축소해야 한다. 시작부터 온갖 편법 시비에 휘말려서야 4대강 사업이 과연 예정된 일정대로 추진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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