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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운찬 총리, 거짓말이 문제다 |
정운찬 신임 국무총리를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 총리 취임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 의혹의 핵심은 정 총리가 서울대 교수 시절 하나금융경영연구소의 비상근 고문을 맡아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았는데도 고문 겸직 사실을 숨긴 대목이다. 정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학교 쪽의 허락 없이 인터넷서적 쇼핑몰 고문을 맡은 사실이 드러나 말썽을 빚은 바 있는데 비슷한 사건이 뒤늦게 또 터진 셈이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그가 국민을 상대로 진실을 말하고 있느냐에 모아진다. 단순히 국가공무원법상의 영리업무 겸직 규정을 위반했느냐 하는 것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다. 고문료를 근로소득이 아니라 사업소득으로 신고해 세금을 탈루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이에 비하면 사소하다. 정 총리는 청문회 과정에서 “예스24 외에는 영리기업의 고문을 맡은 적이 없다”고 분명히 못박은 바 있다. 그런데도 또다른 기업의 고문을 맡은 게 사실이라면 국회를 속이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 총리 쪽은 “고문료가 아니라 원고 게재와 강연의 대가로 1억원을 받았으며 이미 세금도 모두 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앞뒤 사정을 들여다보면 정 총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난다. 우선 하나금융 쪽 관계자들도 그가 고문을 맡은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지난해 5월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07년 연차보고서에는 정 총리가 ‘고문’으로 공식 기록돼 있을 정도다. 그가 연구소 안에 방까지 따로 두고 한 달에 한두 차례씩 들렀다는 하나금융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다. 하나금융 쪽은 정 총리의 고문 겸직 사실이 말썽을 빚자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 있던 2007년 연차보고서를 일반인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황급히 차단해 버렸다. 이런 ‘증거인멸’ 시도 자체가 이번 사안의 진실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준다.
정 총리가 취임 뒤에도 여전히 도덕성 의혹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현실은 본인에게나 국가적으로나 매우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게다가 이번 사안의 핵심은 단순한 도덕적 하자 차원을 떠나 내각 총책임자의 ‘정직성’에 관한 문제다. 총리가 하는 말을 믿을 수 없을 때 국정운영의 신뢰는 기대할 수 없다. 정 총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말하는 용기다. 그다음 판단은 국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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