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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의 관변단체 지원, 법도 원칙도 없나 |
정부가 비영리 민간단체 지원 대상을 선정하면서 신청 자격과 절차를 무시하고 관변단체나 친정부단체들에 편법으로 자금을 몰아줬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올해 행정안전부 민간단체 등록 현황을 보면, 경찰·소방공상자연합회 등 두 단체는 사업 신청 마지막날 단체 등록을 신청해 바로 승인을 받은 뒤 사업 신청을 내서 수천만원의 지원금을 받아갔다. 애국단체총연합회 등 세 단체 역시 신청 사흘 만에 등록 승인을 받은 뒤 지원금을 탔다. 사업 신청 기한을 넘기지 않도록 한 달쯤 걸리는 등록 심사를 건너뛰고 승인을 내줬다는 얘기다.
기본 서류조차 갖추지 못한 등록 신청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도 의문이다. 단체 등록을 하려면 두 곳 이상의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가 있어야 하는데도 계약서가 아예 없거나 한 곳만 있는 곳이 다수였다. 총회 회의록이 없거나 단체 대표의 서명을 대리한 경우도 있었다. 대부분 관변단체나 친정부단체들에 해당하는 내용들이다.
갖은 수단을 동원해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들을 압박하면서 편법으로 관변단체나 친정부단체를 양산해 국민의 세금을 퍼주는 것이 합당한지 묻고 싶다. 지원 대상 사업도 ‘국민의식개혁운동’처럼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현 정부는 어느 정권보다 법과 질서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민간단체 지원에서도 최소한의 법과 원칙은 지켜야 한다. 정부 스스로 탈법과 편법을 조장하면서 비판적인 시민단체에 대해서는 감사원 등을 동원해 뒷조사나 하고 다닌다면 누가 이 정부를 믿겠는가.
정부의 민간단체 지원 방침은 애초 기준부터 잘못됐다. △100대 국정과제 △녹색성장 △신국민운동 △일자리창출과 4대강 운동 △법률에 의해 권장 또는 허용되는 사업 등의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가 민간단체의 활동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한 일이다. 특히 정치적 성격이 강한 100대 국정과제나 반대여론이 우세한 4대강 사업 등을 민간단체 지원 기준으로 거론하는 것은 스스로 피해야 할 일이다.
지금까지 보여온 정부의 태도는 친정부단체를 대거 양산해 정권의 외곽조직으로 삼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민간단체 지원에 개입하려는 것부터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강조하는 대로 법과 원칙에 충실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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